산행 기록/산행기(지방)

늦가을 산도 아름다웠다 ? 오서산

카페인1112 2003. 11. 30. 23:00

늦가을 산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며 - 광천의 오서산

 

산행지: 충남 홍성군 광천 오서산(790m)

산행일: 2003년 11월30일(일)

 

잘 알려지진 않은 산, 그러나 일반 산악회에서 요즘 오서산에 많이 가는 것을 보

고 오늘 가기로 결정. 오랜만에 원거리 산행을 나서는 셈. 예부터 까마귀가 많아 오서산이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까마귀가 없다나. 정상 주변 능선의 갈대가 아름다워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고 정상의 서해바다 조망이 훌륭하다고 알려진 산. 아침 일찍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11시20 광천읍을 거쳐 오서산 입구에 도착. (광천 나들목을 거쳐 광천읍에 들어서면 사거리에 오서산 방향 안내)

 

넓은 상담리 주차장에 주차하고 시골 마을 길을 가로질러 산으로 향한다. 포근한 날씨 속에 오서산으로 향하는 풍경은 시골 길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지는 모습, 게다가 바닷가 주변 날씨가 따뜻한지 밭에는 냉이, 쑥 같은 봄나물들이 새 순을 돋고 있고 무덤 잔디가 파릇파릇하다. 꼭 이른 봄의 정취가 느껴진다. 초입부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마을을 벗어나니 산으로 향하는 소로길, 산행 초입에는 미끈하게 잘 생긴 소나무 3그루가 산행 길을 안내한다. 입구에는 소나무들이 싱싱한 푸른 빛을 뽐내고 이깔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20분 정도 평탄한 산길을 걸어 올라가니 정암사 입구 삼거리, 임도를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정암사를 거쳐 가는 길로 갈라진다. 포장된 임도를 버리고 정암사 방향 우측으로 출발, 11시50 정암사 도착. 정암사 주변은 산사의 정갈하고 맑은 분위기가 그대로 넘쳐 난다. 정암사 입구에 쓰여진 글 솔바람 타고 안개 속에서 깨어나는 산사여말이 멋있다. 정암사에서 생수를 받고 잠시 주변을 둘러 보며 휴식.

 

정암사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정암사 입구에서 우측으로 가는 길과 정암사 산신각 옆길로 가는 방법이 있다. 12, 우측 길을 선택. 지능선을 타고 오르는 등산로는 질척질척해서 미끄럽고 급경사길이다. 만만치 않은 길. 잠시 오르다 보니 전망대, 날씨가 흐려 조망은 좋지 않지만 마을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 진다. 등산로 주변은 진달래, 참나무 종류 등 활엽수, 가끔 싱싱한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12시30 조금 지나 안부 도달, 뒤쪽으로 보이는 전망이 시원하다. 날씨가 흐려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흠. 줄무늬바위를 지나고 나니 산 등성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뒤편으로 보이는 서해 쪽 광경이 정겹다.

 

등산로 주변은 서해 바람 탓인지 키 작은 관목 숲. 회색 줄기들이 빽빽하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등성이들의 수려한 모습이 장관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을 계속 걷자 이제는 억새 숲까지 펼쳐진다. 거기다 수려한 바위산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올라가면서 왼쪽은 작은 관목 숲들이 재단한 듯 같은 키로 정렬해 있고 우측은 억새 숲. 멀리 보이는 산 능선들은 관목 숲과 억새 숲을 바탕으로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푸른 소나무들이 점점이 박혀 한 폭의 산수화 그대로이다. 황량하게만 느껴졌던 가을산의 모습이 이제는 오히려 정겹게 다가오고 그 쓸쓸함을 자아내는 분위기가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일까 마음속 깊이 울리는 그 쓸쓸한 정서는 그냥 순수한 모습이고 다시 찾기 힘든 감정이다.

 

수려하게 아름답고 거기다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모습까지 보이는 산, 거기다 뒤를 돌아 보면 넓게 펼쳐지는 배경,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아름다움이다. 날씨만 좋았다면 서해바다까지 뚜렷이 보여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10 오서정에 도착, 사방이 탁 트인 정자에서 둘러보는 전망들이 수려하다. 오서정을 지나니 임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삼거리, 산에는 임도가 띠를 두르듯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좌측 임도길, 직진하면 정상. 내가 선택한 길이 정확했다. 임도길을 걸어 왔더라면 그 수려한 모습과 뒤로 보이는 풍광들을 맛보기도 어려웠을 거고, 포장길을 걷는 피곤함이 컸을 것 같다.

 

오서정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좌측의 관목 숲, 우측의 억새 숲으로 나뉜다. 멀리 산비탈들은 옷 벗은 나무들과 싱싱한 소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거기다 수려한 기암괴석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림 같은 풍경.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다. 능선 길은 걷기 편한 육산으로 완만한 비단길. 능선의 모습이 용허리 같다고 해서 용허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헬기장과 패러글라이딩 지점을 지나 1시30 정상에 도착. 정상은 표지판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것 같은 능선 중간 지점, 능선에서 약간 솟아오른 모습. 보령시에서 세운 오서산 표지석이 서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오서정 일대 모습은 꽤 많은 거리를 걸어 온 듯 까마득하다. 주변이 확 트여 후련하다. 원래 서해바다와 천수만 일대 멀리 가야산 성주산이 보인다는데 날이 너무 흐리다.

 

정상에서 잠시 내려오다가 억새 숲 속에서 40분부터 중식 시작. 날씨가 춥다. 2시10 다시 하산 시작. 서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서 정암사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40, 올라온 길이 아닌 다른 정암사로 향하는 소로길이 보인다. 능선을 버리고 급경사 미끄런 길을 내려 온다. 30분 정도 지나니 정암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정암사 산신각 옆으로 지나는 길. 생각대로 등산로를 골라 내려 온 셈이다.

 

정암사에서 주차장까지 가는 도중 길가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상추, , 생강 등 한 보따리를 샀다. 야채 구경하는 것도 즐거운 일. 거기다 광천까지 와서 좋은 산 등산했으면 이곳에서 조금은 물건을 사는 것이 맞을 것 같고.

350 다시 주차장 도착, 이제부터 귀로에 오른다.  원래 광천에서 젓갈 구경을 할 생각이었지만 길 막힐 것이 두려워 포기. 올라오는 길은 꽉 막힌 서해안 고속도로 덕분에 10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 그래도 산행의 개운함이 더 크다.

 

오서산, 봄에는 참나무들의 새순이 싱싱하고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 숲이 장관일 것 같은 산, 눈 내린 설화의 모습도 환상적일 것 같다. 오래도록 기억될만한 좋은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