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파도의 억새 물결 - 정선 민둥산
산행지 – 민둥산(1,119m)
산행일:
태백 정선 지역의 출장 자체가 가을 빛 고운 자태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는 회사 직원들과의 정선 민둥산 산행. 좋은 시절과 사람 인연이다. 푸근한 시골 정을 마음껏 느끼며 산행에 나선다. 민둥산은 억새 산행지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 그 기대만큼 민둥산은 경이로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 것인가?
아침 식사를 하고
민둥산은 돌리네가 발달한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 돌리네는 구덩이라는 뜻, 주변에 12개의 돌리네가 발달되어 있고, 발구덕도 원래는 팔구덕으로 8개의 구덩이라는 의미다. 정상 주변은 나무가 전혀 없이 수십만 평 주 능선 일원이 온통 억새 밭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어 가을철 억새 산행지로 유명한 곳. 전설은 하늘에서 주인을 찾아 내려온 용마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산을 파헤쳐 그 이후 정상 주변에 나무가 자라지 못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매년 산나물 채취를 위해 산에 불을 질러서라고 한다.
등산로 입구는 고랭지 채소밭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을 연상시키고 밑에서 보는 민둥산 정경은 동네 조그만 야산 같은 기분이다. 주변 야생화들과 수확 후의 채소밭, 그리고 시든 풀잎들, 초입 가을 길의 정취는 엉뚱한 상념이 필요 없이 마음이 한없이 평화롭다.
산행 초입은 오르는 길의 경사가 무척 급하다. 급하게 서둘러 빨리 오르는 사람을 따르면 결국 자기만 지치는 것, 인생이 그렇듯이 내 페이스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사진 길을 잠시 오르면 억새 밭으로 주변은 온통 은빛 파도가 넘실대는 듯 억새 물결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30분 못되어 정상에 도착 주변의 시원한 경관을 마음껏 즐긴다. 정상 표지판은 1118,8m, 산의 높이에 비해 정상에 도달하는 시간이 너무 싱겁다. 정상에는 산불 감시초소와 정산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화암약수까지는 140분 소요.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은빛 억새 숲은 끝없는 광야처럼 신비롭기까지 하다. 특히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더 아름답다. 이 은빛 물결들은 석양빛을 받으면 다시 금빛으로 출렁이리라. 정상에서 화암약수 방향으로 나가는 길은 한길이 넘는 억새 터널을 가로질러 간다. 거기다 이따금 보라색의 곤도레라는 귀여운 가시엉겅퀴 꽃이 피어 있다. 정선아리랑에도 나온다는 곤도레는 처음 보는 꽃, 가시엉겅퀴라는 이름대로 잎에 가시가 있다. 옛날 먹을 것이 부족했을 때 이 나물은 기근을 면하게 해 주는 소중한 나물이었는데 지금은 곤도레 비빔밥이 독특한 맛으로 정선지역 별미음식이 되고 있다. 몇 군데 시든 용담 발견, 활짝 핀 모습이 그립다. 갈대 숲을 지나 계속 능선을 밟으며 화암약수 방향으로 진행.
능선에는 참나무, 잣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도중 임도를 만났으나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도 없고 지억산을 찾을 수도 없다. 도로 가에서 점심을 먹은 후 그냥 아래 방향으로 하산, 결국 지억산은 오르지 못하고 화암약수로 나와 버렸다. 그래도 길을 헤매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도중 고랭지 채소밭에서 배추 한 포기를 얻고 계속 하산.
발구덕에 주차 시킨 차를 갖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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