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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깃대봉 구간] 무령고개에서 육십령까지

카페인1112 2009. 4. 27. 17:56

[백두대간] 깃대봉 구간(무령고개~영취산~덕운봉~깃대봉~육십령)

      -  환상적인 조망과 봄꽃의 향연

 

* 산행일: 2009년 4월 19일(일) 맑음

* 산행인원: 산악회 따라 혼자서

* 산행경로 및 시간: 무령고개(10:52)~영취산(11:03, 1075.6m)~논개생가갈림길(11:28)~덕운봉(11:39)~북바위(12:53)~민령(13:18)~깃대봉(구시봉 1014.8m, 13:46~13:55)~육십령(14:35)

 <산행시간: 3시간 43, 마루금 11.8Km>

 

주말의 바쁜 일정 탓에 꼭 2주 만에 다시 산행을 떠난다. 창 밖은 울긋불긋 봄꽃들과 연두색 어린 새잎들이 어우러져 온통 맑고 투명한 한 폭의 수채화. 저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잡다한 상념에 빠져 있는 나 자신은 얼마나 초라한가. 그래서 그 느낌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산행을 떠나야 하는지도 모른다. 장수IC를 통과해 743번 도로로 대곡호와 논개 생가를 지나 무령고개에 도착하니 벌써 11, 천호역에서 3시간 20분이 걸렸다.

            

                     <무령고개 들머리>

 

무령고개에서 지난 번 하산했던 들머리 나무계단을 다시 오르는데 경사가 급한 데다 날씨가 더워 초반부터 땀이 줄줄 흐른다. 너덜지대를 지나니 곧 '신령스런 독수리' 영취산 정상. 들머리에서 10분이면 금남호남정맥의 출발점인 영취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지난 번 걸었던 백운산과 오늘 걷게 되는 깃대봉 방향 산줄기들을 잠시 조망하고 북쪽으로 내려선다. 이정표를 보니 육십령까지 11.8km.

 

깃대봉으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길. 그리고는 다시 순한 길로 이어진다. 가뭄 탓으로 마른 먼지가 풀풀 날리는데 길가에는 진노랑 노랑제비꽃이 한창이고 진달래가 사방에 만발해 있다. 아마 오늘 산행은 행복한 진달래 꽃 산행이 되리라. 게다 시누대 숲을 걷는 운치 있는 기분도 그만이다. 멀리 북으로 꼭 낙타 등처럼 솟아있는 두 개의 봉우리가 서봉과 남덕유산일 것. 오늘 육십령에 도착하면 다음 대간 길부터는 덕유산 군의 너른 품에 안기게 된다.

 

                    <영취산 정상>

 

 

 영취산에서 20분 정도 지나니 논개 생가 갈림길, 논개 생가지가 있는 주촌마을로 가는 고개가 나온다. 이정표는 지나온 길 영취산 1.4km, 덕운봉0.6km. 주논개는 장수 대곡리의 주촌마을 양반가에서 개띠 해,,일에 태어나 논개라고 했다 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논개를 숙부가 돈을 받고 엉뚱한 곳에 시집 보내려 했고 논개 모녀가 이에 응하지 않자 송사로 번져 이를 해결해 준 사람이 당시 장수현감이었던 최경회였다고 한다.

후에 논개는 최경회의 후실이 되었고, 경상우병사가 된 최경회는 2차 진주성 전투에서 패해 남강에 뛰어들어 자결한다. 남편의 복수를 위해 기생으로 변장한 논개는 왜군의 연회장에 잠입 왜장 로쿠스케를 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다. 당시 최경회를 따르던 함양 의병들은 최경회 부부의 시신을 남강에서 수습 함양군 서상면에 묻는다. 주촌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남강의 짓푸른 물결 같은 최경회와 논개의 충절을 기억 지금도 논개를 부를 때는 반드시 논개님이라 불러 존중한다고 한다.

 

                    <논개생가 갈림길>

 

                       <덕운봉>

 

논개생가 갈림길에서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덕운봉에 도착. 이정표(영취산 2km, 민령 5.3km)에 덕운봉이라 표기되어 있으나 덕운봉은 우측에 보이는 봉우리이고 대간 능선에 있는 봉우리는 덕운봉 서봉이란다. 깃대봉 너머 덕유산의 장쾌한 산줄기들이 또렷하고 진달래 꽃 너머로 주촌마을 전경이 한가롭게 펼쳐진다. 가파른 길을 내려가 다시 경사가 급한 암릉을 올라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니 또 기막힌 조망처, 오늘은 눈이 정말 횡재를 하는 날이다. 이정표(덕운봉 1.2km, 육십령 9.0km)를 지나 다시 운치 있는 시누대 길과 삭막한 겨울나무 가지 사이를 번갈아 거닌다.                                                  

 

 

 

                       <대곡호와 주촌마을>

 

                       <깃대봉으로 향하는 길, 뒤에 두 개의 봉우리가 솟은 서봉과 남덕유산>

 

 

 

  도중 이정표를 보니 영취산과 육십령의 딱 중간인 지점, 각각 6.5km의 거리. 30분 정도 숲길을 가니 길은 우측으로 휘는데 왼쪽으로 암릉전망대가 있다. 바로 북바위, 이긴 병사들이 북을 쳤다 하여 북바위라는데 전망이 끝내준다. 서쪽으로 논개 생가지와 그 우측으로 대곡저수지가 후련하고 깃대봉은 이제 지척으로 보인다. 북바위에서 한참 조망을 즐기다 다시 출발.

 

 

                       <노랑제비꽃>

 

                       <북바위>

 

 

                       <다시 깃대봉과 덕유산 방향>

 

내리막길을 지나 민령에 도착. 이정표는 백운산 6.7km, 깃대봉 1.3km를 안내한다. 민령에서 깃대봉은 완만한 오름길. 관목과 억새밭 지대를 가다 보니 육십령 터널을 지나는지 좌우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고 우측에 서상IC가 보인다.

 

 

                       <민령>

 

                       <육십령 터널 위를 지나면서 서상면 방향>

 

완만한 억새 밭을 지나 깃대봉에 도착. 삼국시대 백제 신라의 국경지역으로 전쟁에서 이긴 병사들이 깃대를 꽂아 깃대봉이라 불렀다는데 커다란 정상석에는 이름을 구시봉이라 표시하고 있다. 정상석 뒷면 설명을 보니 옛날 한 풍수가 이 산에 올라 산의 모습이 구시형이라 했다 하여 2006년부터 지명을 바꿨다고 한다. 덕유산 남쪽 조망처로 최고라는 명성답게 북으로 덕유산군 남쪽을 지키는 할미봉과 그 뒤로 서봉과 남덕유산을 잇는 장쾌한 산줄기들이 후련하다. 이제 오늘 종착지인 육십령까지는 2.5km의 거리. 

                       <깃대봉, 구시봉>

 

                      <이제 남덕유산과 더 가갑다. 앞에는 덕유산 군의 남쪽 지킴이 할미봉>

 

깃대봉에서 육십령까지는 긴 내리막. 깃대봉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길은 봉우리 하나를 우측으로 우회하고 조금 더 내려오니 깃대봉 샘터. 깃대봉 약수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단체에서 관리를 하는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잇는데, 그런데 역시 가뭄 탓인지 아쉽게도 물이 말라 버렸다.

 

이제부터 걷는 길은 역시 진달래 꽃밭에 등로는 맨발 지압로까지 조성해 놓아 걷기 좋은 길. 이제 육십령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점점 덕유산의 육중한 무게가 다가오는데 앞으로 걸을 길이 걱정스럽다. 바위 지대가 수려한 할미봉이 점점 올려다 보이면서 육십령이 가까워진다.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육십령휴게소를 안내하지만 대간 길은 그냥 직진. 절개지로 내려서니 바로 우측에 주차장과 육십령 휴게소가 있고 길 건너 좌측에 전북 장수군 장계면 경계판과 그 뒤에 할미봉으로 가는 들머리가 보인다.

 

                       <개별꽃도...>

 

                       <이제 육십령으로 하산하는 길>

 

영호남을 이어주는 육십령은 정유재란 때 영남에서 호남으로 진군해갔던 왜군들의 진격로이기도 했던 곳. 육십령이란 이름은 길이 험하고 도적들이 들끓어 60명 이상이 되어야 고개를 넘을 수 있었기에, 혹은 장수와 안의에서 각각 60리가 되어서, 혹은 60 고개를 넘어서 도착할 수 있어서 육십령이라 했다 한다. 짧은 거리임에도 날이 너무 더워서일까 급하게 막걸리를 몇 잔이나 마시고 후미조 도착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