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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② - 제주올레 7코스 걷기

카페인1112 2009. 10. 6. 22:08

제주올레 7코스 - 환상적인 바닷가 풍광을 따라

 

경로: 외돌개주차장(08:10)~외돌개(8:38)~서귀포여고~수봉로(9:45)~법환포구(10:00)~호도쉼터(10:18~30)~제주 풍림리조트 직전 악근교(11:06)~바닷가우체국(11:11~11:24)~강정포구(11:53)~월평포구(12:15) <휴식 포함 4시간 5>

 

아침 일찍 제주올레 7코스 출발점인 외돌개로 향한다. 올레라는 말은 제주방언으로 길에서 집으로 통하는 작은 골목길현재 올레는 14개 코스로 280km가 넘는 거리다. 제주 사람들이 놀멍(놀면서) 쉬멍(쉬면서) 걷던 길을 이어놓은 것. 오늘 걷는 7코스는 외돌개에서 출발하여 법환포구를 지나 월평포구까지 해안을 따라 걷는 15.1km의 해안 올레, 숙소의 김 국장께서 제주올레의 백미라며 자신 있게 추천한 곳. 사람들이 그리 열광하는 올레길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크다.

 

              <7코스 출발지점>

 

외돌개 주차장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고 해안 쪽으로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길은 왼쪽으로 접어들고(우측은 솔빛바다 쉼터) 바닷가 쪽으로 휘돌아 우측으로 향한다. 이제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 푸른 숲과 함께 걷는 환상적인 길. 군데군데 작은 리본과 화살표가 길을 알려주는데 시계 방향은 파란색, 반대 방향은 노란색이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일까 예상 외로 사람들이 별로 없이 한적하고 고즈넉한 길, 그래서 더 자유롭다.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광이 계속 발길을 잡는다. 곧 황우지 해안 12동굴. 고즈넉한 소나무 숲길엔 들꽃들이 수줍고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바닷가의 비경들,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도 바다가 되고 바람이 된다.

 

          <일본군 동굴이 있는 황우지 해안>

 

 

               <해안 풍경>

 

               <파란 리본이 길을 안내하고>

 

어느덧 외돌개에 도착. 150년 전 화산이 폭발했을 때 용암이 굳어 생겼다는 기암, 바닷가 수려한 경관 사이에 높게 솟아 있는 외로운 바위가 감탄을 자아낸다. 이전에 몇 번이나 온 곳인 데도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올레는 점의 여행이 아닌 선의 여행이다. 차를 타고 와 잠시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 발로 걸으며 연속되는 아름다운 풍광을 계속 느끼면서 마주칠 때의 감흥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왜 그리 올레길에 빠지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외돌개 해안>

 

 

대장금 촬영지를 지나 이제 외돌개 해안을 따라 걷는 길. 바닷바람과 함께 자란 소나무 숲에서 바람소리를 듣는다. 소나무와 바람의 대화, 그 대화를 같이하면서 문득 가슴 저리도록 허무감이 밀려오기 시작하는데 이 나이에 이 무슨 감상! 모처럼 자신에 침잠할 수 있는 여유를 찾으면서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내 모습이 안타까워서일까? 아니면 허위허위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삶이 그리 허무한 것일까? 다비드 드 브르통은 걷기 예찬에서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 오늘은 그냥 저 순수한 자연 속에 자신을 그대로 맡기자.

 

         <계단식 미나리 밭>

 

              <펜션 정자에서 한참 휴식>

 

바닷가 하얀집 펜션 쉼터에서 한참 쉬다가 출발. 해안 길을 따라 가다 길은 잠시 바다를 떠나 대륜명소 12경 안내도가 있는 넓은 주차장을 가로질러 도로로 향한다. 서귀포여고를 지나 리본을 따라 다시 바닷가로 접어든다. 노오란 선인장이 꽃을 피운 길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 바닷가 쉼터에 도착, 바로 코 앞에서 펼쳐지는 사나운 파도소리가 인상적이다. 일행들이 한참 뒤에 오고 있으니 유유자적 편하게 쉼터에서 한참 동안이나 파도를 보며 쉬어 간다.

 

조금 더 걸으니 시설물이 있고 바로 옆에 근처 동네 분인지 할머니 두 분이 말을 걸어 오신다. “집에서 그냥 키운 거라 모양은 없지만 맛은 있으니 좀 먹고 가요하면서 작은 배와 감 몇 개를 내놓는데 사양하기도 어렵다. 옆에 앉아 배를 깎는데 이 할머니들 제주도 사투리가 완전 외국어 수준. 그냥 얻어 먹고 가기가 미안해 감이 더 있으면 파시라고 했더니 집에 있는 것 나눠 먹으려 갖고 나온 거라며 정색을 하신다. 이런 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도록 찾는 사람들이 이 길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다리를 건너 숲으로 오름길을 오르니 수봉로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올레지기 김수봉씨가 흑염소가 다니던 길을 정비해 만들었다는 수봉로, 올레꾼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연생태 길이란다.

 

조금 더 걸으니 아담한 법환포구, 언제 이런 작은 포구를 만났던가? 횟집 앞에 잠녀광장 이정표가 보인다. 잠녀광장을 지나 호도쉼터에서 생수 한 병 사 마시고 인상적인 범섬을 보면서 쉬고 있는데 모르는 두 모녀와 함께 걸어오는 이 차장이 보인다. 대학생 딸을 데리고 분당에서 오신 분인데 자녀 교육강습을 받으면서 오는 길이란다. 교육 요지는 자녀가 스스로 하도록 만들라는 것나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것.

 

            <이 숲을 지나 수봉로로>

 

 

               <법환포구를 지나 범섬을 배경으로>

 

조금 더 가니 서귀포월드컵 경기장 부근에서 올레지기 한 분이 강정마을 방향 바닷가 길은 만조가 되어 위험하니 도로를 따라 가라고 알려준다. 아마 서건도를 건너뛰게 되는 것 같다. 앞에 보이는 월드컵 경기장과 한라산을 보면서 우측 포장도로를 걷다가 사거리에서 올레 표시(올레쉼팡)를 따라 좌회전(중문,강정 방향), 이제 풍림리조트까지 걸으면 된다. 도로를 따라 걸으니 악근교를 건너고 리조트 직전 좌측으로 내를 따라 걷는다. 리조트 화장실에 들렀다가 바닷가로 가니 리조트에서 관리하는 바닷가 우체국.

 

          <서귀포월드컵 경기장과 뒤로 한라산이>

 

 

              <풍림리조트 직전 악근교를 지나 리조트 옆길로>

 

 

비치된 엽서를 이용해 오랜만에 햇살처럼이나 가득한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쓴다. 한참 머물다 다시 출발, 리조트 외곽을 도니 도중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육모꼴 주상절리대가 있고 다시 아까 걷던 도로와 만난다. 개천을 건너 좌회전 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 리조트 앞을 그냥 지나치면 바닷가 우체국을 생략하는 것.

 

         <주상절리대>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리본은 좌측 비닐하우스 사잇길로 안내한다. 이제 포장도로를 따라 강정포구로 가는 것. 도중 화살표가 없더라도 해군기지 반대 깃발이 펄럭이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강정포구. 마을을 지키고 싶은 주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모두 반대만 하면 어찌할 것인가? 모든 일에 조화가 필요한데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강정포구 가는 도중 만난, 제주에서 처음 보는 벼가 자라는 모습>

 

               <강정포구>

 

강정포구에서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걷는 길, 망망대해가 펼쳐지는데 지금까지 걸었던 멋진 풍광들로 너무 호사를 해서일까 물빛이 하늘을 닮았는지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된 단조로운 바닷가 길이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풍경도 순간, 공사중인 길을 조금 더 걷다 보니 앞에 그림 같은 월평포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강정에서 월평으로 가는 길>

 

              <월평에 다가가면서>

 

월평포구는 암벽으로 둘러 쌓인 아담한 작은 포구. 포구 안쪽에 8코스 출발지점 표시가 있다. 건너편 바위 절벽으로 가보니 사방이 모두 절경, 아무 곳이나 대고 셔터를 눌러도 예쁜 그림엽서가 된다. 우리 바로 뒤에 가장 쌩쌩한 모습의 줌마 파워 3인방, 그리고 장교 출신 2인방 포함 3명의 남성 동지들이 도중 포기할 거라는 기대를 져버리고 속속 도착, 이제 점심을 먹기 위해 법환포구로 출발.

 

네 시간 동안 걸으면서 제주의 숨은 속살들을, 그 아름다운 풍광들을 눈이 시리도록 느꼈던 이 길, 이 길을 만든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간직하면서 7코스를 아쉬움으로 마무리한다. ! 우리 땅에는 아름다운 곳이 왜 이리 많지?

 

          <월평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