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1코스: 주천에서 운봉까지
- 가을의 뒷자락에서 외로움으로 걷는 산길
* 일자:
* 답사 경로 및 시간: 주천 치안센터(
(
행정마을(
* 걸은 거리: 주천치안센터에서 운봉농협사거리까지 14.3km
이른 아침, 직원 도움을 받아 지리산둘레길 1구간 출발 지점인 남원 주천면으로 향한다. 회사 행사가 있어 지리산(구례 산동면)에 내려온 김에 잠시 짬을 내 둘레길 답사에 나선 것. 직원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혼자 가기로 한다.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지리산둘레길. 둘레길이 2,011년 모두 완공되면 지리산 둘레의 3개 도, 5개 시군(남원,구례,하동,산청,함양) 100여 개 마을의 옛길과 숲길, 마을길, 논둑길들이 하나의 길로 이어져 800여 리(300km) 생명과 소통의 길이 되리라. 오늘은 오후 행사 시간을 감안 1구간인 주천에서 운봉읍까지 14.3km를 걸을 계획.
<1구간 출발지점, 주천면 주천치안센터 옆>
주천면소재지 주천치안센터에 도착하니 바로 옆에 지리산길 안내센터가 보인다. 안내지도 하나 얻어 들고 치안센터 옆 도로를 따라 둘레길 출발. 구간 정보를 보니 14.3km 거리에 소요시간은 6시간.
하긴 여유 있게 쉬면서 즐기면서 걸으면 그리 걸릴 수도 있겠다. 답사를 끝내고 산동으로 돌아가는 길의 택시 기사는 ‘어린아이까지 동반하여 여유 있게 걸으면 5시간, 보통은 4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얘기한다. 시간이야 스스로 만들기 나름.
<이 표시를 따라서>
포장도로를 잠시 걸으니 행정교를 건너고 길은 우측 제방을 따라 비부정 방향으로 향한다. 가을걷이가 끝난 텅 빈 들판과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의 서걱거림이 스산하다. 오늘, 긴 거리를 홀로 걷고 난 후 이 스산한 감정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잠시 동안 지친 일상을 벗어나 순수한 내 모습을 돌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잠시 가져 본다. 옛 주막자리에 있다는 비부정 안내 플래카드를 보고 치안센터 앞에서 헤어진 4차선 포장도로를 다시 만난다.
앞에 보이는 산 줄기는 바로 만복대,고리봉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 날이 흐려 어느 봉이 고리봉인지 분간을 못 하겠다. 대간 마루금을 따라 고리봉에서 고기리로 내려서면 운봉고원의 넓은 고원지대가 펼쳐지고 오늘 지나가는 노치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오늘 둘레길은 노치마을 백두대간 마루금을 지나게 되는 것.
<포장도로를 잠시 걸으면 이정표의 운봉방향 들길로>
포장도로를 건너 좌측으로 잠시 가니 이정표가 있고 길은 우측 시멘트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길 좌측에 산수유 나무가 몇 그루 있으니 봄에 이 길을 가는 사람은 환한 노란 산수유와 함께 걸을 수 있겠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길을 따라 오르는데 앞에 단체로 온 산행객들이 조금은 소란스러워 빠르게 추월해 가니 곧 숲으로 접어든다. 숲으로 들어서니 바로 개미정지 이정표. 둘레길 내내 화살표 방향대로만 가면 되게 이정표를 잘 세워 놓았다. 이제부터 구룡치까지는 가파른 길, 오늘 걷는 길에서 그래도 땀을 흘릴 수 있는 곳.
<이제 숲으로>
<개미정지 - 이제부터 잠시 가파른 길>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니 매점이 있는 고갯마루. 이 길은 운봉 남원간 옛길로 지금은 임도를 따라 고갯마루에 승용차까지 올라와 있다. 매점에 보니 커피 마시는 부부 팀 하나, 아침부터 막걸리 마시는 7~8명 단체 팀 하나. 혼자 온 나는 그대로 출발. 잠시 임도를 걷다 다시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운치 있는 소나무 숲길이 잠시 이어지다 다시 경사가 급한 길을 잠시 오르니 구룡치.
<고갯마루 매점 지나 다시 숲으로>
<구룡치>
<구룡치로 올라선 길>
구룡치를 지나니 이제부터 완만한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옛적부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길은 넓고 잘 정비되어 있다. 소나무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 이런 길이라면 며칠씩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을 것 같다.
널널하게 천천히 놀면서 실 개울을 건너고 장흥고씨묘동을 지나니 돌탑이 있는 사무락다무락.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무사함을 빌고 액운을 막아 화를 없애고자 지날 때마다 돌을 쌓아 올렸다고 한다.
사무락다무락을 지나 잠시 내리막길, 이제 곧 회덕마을 포장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포장도로를 내려다보니 단체 답사객들이 떼로 몰려오는데 선두는 산길로 들어서지 않고 그냥 포장도로를 따라 간다. 내가 내려오는 걸 보고 중간에서 선두를 부르고 복잡.
<회덕마을로 내려서면서 - 앞 포장도로로>
<내려선 길>
포장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가니 좌측 회덕마을의 억새 지붕 집이 보인다. 회덕마을은 평야보다 임야가 많아 짚을 이어 만든 지붕보다 억새를 이용하여 지붕을 만들었고 현재 두 가구가 그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회덕마을 표석을 지나 작은 소나무 숲 갈림길에서 좌측 들길을 따라 이제 노치마을로 간다. 이정표를 보니 주천에서 6.6km를 왔고 운봉까지 7km 남았으니 거의 반 정도 온 셈. 주천에서 1시간 40분 걸렸으니 혼자 걸어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는 시간이 덜 걸린다.
<회덕마을 억새지붕 집>
<이제 노치마을로>
이제 들길과 논둑 길을 걷는다. 앞쪽으로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앞이 노치마을. 그런데 갑자기 둘레길을 걷는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고 마을도 고요하기만 하다. 아니 사람들이 다 어디 갔지? 논에는 벌써 얼음이 하얗게 얼어 있고 찬 바람만 세게 불어 온다.
문득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 한 토막. 마을 아이들이 모두 논에서 함께 뛰어 놀았는데 어느 날 논으로 가보니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 “다들 어디 간 거지? 나만 빼 놓고.” 그 때의 외로움과 불안감, 그 느낌이 지금 왜 그대로 느껴지는 거지? 지나간 시간과 사람들의 기억도 그립게, 그립게 다가온다.
<논둑 길을 따라 노치마을로 - 백두대간 수정봉 자락>
백두대간이 지나는 노치마을. 고리봉에서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상에 있는 마을이고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마루금이 물을 가르니 “빗물이 왼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고 오른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는 마을”이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마을 안으로 들어가 노치샘 물맛도 보고 백두대간 안내표석도 둘러보고, 화장실도 들르고, 대간 들머리 위 당산제전 고목도 올려다 보고, 잠시 머물다 출발. 그런데 매요마을도 마루금이 마을 길을 지나니까, “대간이 지나는 유일한 마을”이라는 설명은 맞지 않는다.
마을을 나서는데 부녀간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말을 건넨다.
“노치마을 들어가면 뭐 볼 것 있어요”
“백두대간이 지나는 마을이고 노치샘도 유명합니다. 시간 되시면 뒷산 당산제전도 올라갈 볼만 하고”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작은 마을 소박한 풍경이 더 마음에 드는 곳인데 그거야 보기 나름.
<노치샘>
<백두대간 안내 표석>
노치마을 입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걸으니 작은 쉼터가 있고 이제 길은 우측 덕산저수지를 보며 걷는 길. 푸른 저수지 물결이 마음까지 후련하게 한다. 저수지가 끝나는 부분 질매재에서 다시 숲으로 접어들고 무성한 소나무 숲을 잠시 걸으니 무인쉼터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곧 좌측에 동복오씨 묘역이 있고
<우측에 덕산저수지>
<질매재에서 가장마을로 가는 길 - 숲으로 들어서고(우측은 덕산저수지)>
<쉼터에서 보는 가장 마을 - 뒤로 보이는 지리산 서북능선>
쉼터에서 가장마을로 내려서는데 길가 돌탑에 소망탑이라 이름을 붙여 놓았다. 그냥 지나치려다 작은 돌 몇 개를 올리며 소망을 다시 생각해 본다.
도로를 따라 가장마을을 지나고 덕산마을 표석이 있는 버스 정류장 옆 우측 제방 길로 들어선다. 이제 관광버스가 도착했는지 제방 길에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길은 다시 포장도로를 만나고 길을 건너 운봉 방향 이정표 따라 다시 제방 길을 걷는다. 제방 길을 걷다 이정표 따라 우틀하여 행정마을로 들어선다.
<덕산마을 표석 옆 정류장에서 우측 제방 길로>
<이제 행정마을로 가는 길>
행정마을 느티나무 쉼터를 지나 다리를 건너고 둘레길은 좌측 제방을 따라 이어진다. 사거리로 가 바래봉 둘레길 안내도를 둘러보고 다시 둘레길로. 이제 길은 개천 옆 제방 길을 걷는다. 이정표를 보니 운봉까지는 1.8km가 남았다.
<행정마을 쉼터>
<행정마을에 있는 안내도>
개천 옆 시멘트 포장도로를 걸으니 논 가운데 작은 쉼터도 있고, 주변 풍광이 정감 있게 다가오는 곳. 잠시 걸으니 이제 운봉읍이다. 이정표 따라 양묘사업장 방향으로 우틀. 참나무 조림지도 있고 자생식물 관찰원도 있으니 다른 계절에는 이곳도 둘러볼 만한 좋은 경험이 되겠다. 양묘사업장을 휘돌아 가니 종착점인 운봉사거리가 지척.
<참나무 묘목 조림지>
운봉사거리 가까이 가는데 4명 일행들이 둘레길을 가려는지 말을 건넨다.
“이 길이 주천 가는 길 맞나요, 주천에서 오시는 길인가요?"
"예, 주천에서 오는 길입니다"
다시 "주천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걸렸어요?”
“거의 안 쉬고 와서 그런지 3시간 20분 걸렸네요”
그 얘기를 듣자 한 아주머니 왈, “아우! 나 못 가” 하고 질겁을 한다. 아니 겨우 3시간 20분인데, 그리고 난 그 길을 편하고 행복하게 걸었는데…, 그럼 여기까지 뭐 하러 왔담. 한 마디로 생각 없는 시류의 편승?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인월 방향으로 좀더 걸을까 하다 오후 행사를 감안 운봉사거리에서 택시를 타고 구례 산동면 지리산온천지구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운봉에서 산동면 온천지구까지 3만원, 30분이 채 안 걸렸다. 출발지점인 주천으로 돌아가려면 운봉에서 직접 주천 가는 버스가 없으므로 일단 남원으로 나갔다가 주천행 버스를 타야 한다. 운봉읍에서 주천까지 택시 이용 하면 1만 5천원.
택시 기사는 작년 둘레길이 개통되었어도 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1박2일 둘레길 방영후 다음 주말부터 사람들이 엄청 밀려 오더란다. 오늘 걸은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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