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두문동재(싸리재)에서 건의령까지
- 언제 걸어도 행복한 숲길, 금대봉!
* 산행지: 두문동재(싸리재, 1,268m)~금대봉(1,418m)~비단봉(1,281m)~매 봉산 (1,303.1m)
* 산행일: 2,011년 7월 2일(토), 약간 흐림
* 산행 경로 및 시간: 두문동재(싸리재,
비단봉 전망대(
피재(삼수령,
* 산행거리: 두문동재~1.3km~금대봉~3.5 km ~비단봉~1.9km~매봉산~2.2km~삼수령(피재)
~6.5km~건의령~1km~상사미마을 <마루금 15.4km+접속 1km, 총 16.4km>
백두대간 금대봉 구간. 오늘은 두문동재(사리재)에서 삼수령(피재)을 지나 건의령(한의령)까지 걷는다. 작년 5월 그곳은 황홀한 산상화원이었는데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울창한 수림에 대부분 걷기 편한 오솔길이니 언제나 행복한 산행이 가능한 곳.
오늘 걷는 길의 최고봉은 금대봉(1,418m), 들머리 두문동재 해발고도가 1,268m이니 금대봉까지 150m만 오르면 된다. 이후 부드러운 능선 길이 이어진다. 들머리에서 날머리 건의령까지 16.4km.
<들머리 두문동재>
산악회 버스는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나와 영월 방향 38번 도로를 달린다. 고한 하이원리조트 입구와 정암사 갈림길을 지나 두문동재 터널 직전 함백산 방향으로 우회전, 이제 곧 은대봉과 금대봉 사이 두문동재(싸리재). 커다란 두문동재 표석이 있는 들머리 두문동재에 도착하니 산악회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고 인산인해. 아마 금대봉과 대덕산 야생화 탐방객들일 게다.
임도를 따라 산행 출발.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초반부터 지체된다.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도와이정표(금대봉 0.5km, 두문동재 0.8km, 삼수령 8.1km)가 있는 갈림길에서 우측 숲길로 접어드니 좁은 길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계속 줄지어 오르는 형태.
그런데 금대봉 들꽃 잔치는 이미 끝났는지 범꼬리, 숙은노루오줌, 산꿩의 다리 정도만 보이고 들꽃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수림, 녹색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그 신선함만 해도 이곳 태백까지 온 보상은 충분하지 않을까?
<임도 갈림길 이정표>
<좁은 등로를 줄지어서 오르고>
20분 조금 더 걸려 작은
금대봉은 자생식물의 보고이자 북동 쪽 검룡소에서 남한강이, 남쪽 계곡과 황지에서 낙동강이 발원되는 양강발원봉. 자장율사가 금대봉에 금탑을 봉안했다고 하는데 신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 금탑이 보이지 않는다 한다. 우리 산하 곳곳에 남아 있는 의미 있는 전설들…
좁은 정상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 정신이 없다. 바로 범꼬리가 한창인 우측 길을 따라 출발. 금대봉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다 대덕산 방향으로 가는지 이제 인적이 없는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
<금대봉에서 우측 길로 - 대덕산은 좌측>
울창한 수림이 하늘을 가리고 길은 완만한 오르내림. 환상적인 비단 길이다. 군데군데 범꼬리가 보이고 ‘산꿩의 다리’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가 보다. 하늘말나리가 살며시 꽃대를 내밀고 있으니 2주 정도면 다시 환상적인 꽃길이 되겠다.
이정표가 있는 용연동굴 갈림길을 지나 삼각점(태백 418/2004복구)이 있는 1233.1봉. 이제 10분이면 쑤아밭령에 도착하게 된다. 1233.1m 봉을 내려오는데 우리 일행 두 명이 빠르게 추월해 간다. 이 두 사람은 발들이 워낙 빨라 산행이 끝날 때까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산꿩의 다리와 뱀무>
<잘 정리된 등로를 지나면 1233봉(삼각점봉)>
내리막길을 급하게 내려오니 커다란 물푸레나무가 있는 쑤아밭령(1,115m). 여기서 앞서 가던 일행 몇 명을 만나 같이 비단봉으로 향한다. 이제부터는 숨 가쁜 오르막길. 산죽이 무성한 길을 오르니 다시 앞에 가파른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비단봉. 비단봉 가는 길인데 오늘 산행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곳.
가파른 길을 오르니 비단봉 정상 표석이 있는 전망대. 환상적인 조망. 태백산은 날이 흐려 희미하고, 함백산부터 은대봉, 두문동재를 지나 금대봉, 오늘 걸어온 장쾌한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쑤아밭령>
<비단봉 전망대에서 보는 두문동재 오르는 길, 그 좌측이 은대봉, 우측이 금대봉>
<함백산과 은대봉>
조망을 즐기다 조금 더 오르니 비단봉 정상. 정상은 사방이 막혀 조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래 전망대에
<여기가 비단봉 정상 - 정상석은 전망대에>
걷기 좋은 길을 잠시 내려오니 개망초가 우거진 묵밭이 나오면서 시야가 확 트인다. 작년에 왔을 때는 노란 꽃이 만발한 넓은 민들레 꽃밭이었는데 민들레 재배를 포기했는지 어느새 개망초 밭이 되어 버렸다. 건강에 좋다는 민들레인데 판로가 좋지 않아서일까?
개망초 밭 아래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이 펼쳐지고 뒤로 풍력발전단지 바람개비 모습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목가적인 풍경, 멀리서 보는 것은 모두가 이리 아름답다. 풍광이 시원해 한참이나 그 모습을 즐기며 여유를 부린다.
개망초 밭을 내려서니 어린 배추가 자라고 있는 배추밭. 배추를 밟을세라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옆밭에서 밭 주인인지 고함소리를 내며 한 사람이 튀어 나온다. 요지는 빅두대간 하는 사람들이 왜 밭에 들어가며, 백두대간 보호법인지 뭔가가 사람 못 살게 한다는 거다. 그 고단한 일을 하는데 피해를 입는다면 당연 분통이 터질 것. 하지만 대간 종주하는 사람들 입장도 있는데 무조건 출입을 막을 수도 없고, 배추 밭에 피해를 주지 않고 갈 수 있도록 길을 내는 방법은 없을까?
남이 내 밭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을 리는 없을 거고, 산행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끔 고약한 사람도 있을 테니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전에 정선에 갔을 때 배추밭 주인이 한탄하며 들려준 얘기. 산악회 버스 한 대가 지나갔는데 배추 밭이 온통 초토화 되었더란 다. 다 자란 배추를 몽땅 뽑아간 것. 양심에 털난 사람들. 그래서 주말에는 일도 못 하고 배추밭을 지키고 있단다. 지리산둘레길 주변도 피해를 많이 입는다고 들었고. 아니 온 듯 다녀가면 서로 얼마나 좋을까?
<우측 풍차 있는 곳이 매봉산 방향>
임도로 나와 이제 우측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매봉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가늠한다. 전에는 임도에서 좌측 푸른 지붕 농기구 보관창고 앞으로 올랐는데 일행들은 우틀하여 밭 배수로를 따라 오른다. 전에 갔던 길보다 가까운 길인데 역시 밭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문제.
조심조심 배추 밭을 지나니 잡초가 우거진 묵밭. 앞에 가던 일행이 뱀을 봤는지 뭔가가 꿈틀거린다면서 질겁해 올라간다. 돌이 많은 묵밭이니 뱀한테는 최고의 서식처일 게다. 잠시 가파른 숲길을 오르니 매봉산 표석이 있는 풍력 발전단지. 높이가 50m 가까운 거대한 풍력발전기 아래를 지난다. 이제 목가적인 풍차가 아닌 위압적인 풍력발전기.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답게 바람이 시원하다. 시원한 산들바람! 게다 사방으로 트이는 조망도 시원하니 그냥 여기서 쉬면 좋겠다. 이곳은 승용차가 올라올 수 있어 작년에 왔을 때는 관광객이 꽤 많았는데 더운 날씨 때문인지 오늘은 그냥 한가하다. 풍력발전기 2호기 옆에 다시 숲으로 가는 길. 매봉산 정상 방향이다.
<벌노랑이가 한창이고>
<멀리 철탑이 있는 봉이 매봉산 정상>
<매봉산으로 가는 이정표>
가파른 숲길을 지나니 갈림길이 나오고 매봉산 정상은 우측 방향 50m(삼수령 2.35km). 철탑이 있는 정상에 올랐다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 매봉산은 일명 천의봉, 아름다운 이름. 매봉산 정상 옆 조망대에서 보는 조망도 환상적인 곳. 태백 시가지가 아스라하고, 오늘 걸은 마루금과 풍력발전단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놓치고 싶지 않은 멋진 풍광.
<지나온 비단봉과 풍력발전단지>
<매봉산에서 보는 태백 시가지>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이제 삼수령(피재)로 향한다. 걷기 좋은 완만한 내리막길. 작년 이 길은 분홍 철쭉이 만발한 꽃길이었는데 지금은 짙푸른 녹음의 여름 숲. 곧 고랭지 채소단지 옆길을 걷는다. 낙동정맥 등산로 안내도를 지나니 누군가 물뿌리봉(1,070m) 표시를 나뭇가지에 부착해 놓았다. 목책이 끝나면서 다시 숲길로 접어들고 낙동정맥 갈림길을 지난다. 대간은 좌측 길, 우측이 낙동정맥. 이곳은 후일 낙동정맥을 하기 위해 다시 오게 되겠지.
<정상에 다녀오고 여기 갈림길에서 삼수령으로>
<물뿌리봉>
<목책이 끝나고, 숲길을 잠시 걸으면 낙동정맥 분기점>
<낙동정맥 출발지점>
철조망을 끼고 숲길을 걸으니 곧 포장도로에 내려서고 삼수령목장 입구를 지나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그리곤 다시 포장도로. 우측 방향으로 잠시 걸어 35번 국도가 지나는 삼수령(피재)에 도착. 삼수령(920m)은 태백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며,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3개 강이 발원되는 곳. 옆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들고 일행들을 기다린다. 한참 기다려 일행들을 만나 건의령으로 출발.
바람이 시원해 삼수령 조형물 옆에 있는 삼수정 정자에서 다시 쉬다 출발. 산길을 잠시 걸으니 임도를 만나고 이정표가 보인다. 건의령 6.1km, 삼수령 400m. 날이 더워 6km 거리가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더구나 조망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건의령까지는 대부분 평탄한 길.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니 가파른 오르막 길도 있지만 그 거리가 길지 않으니 크게 무리될 건 없다. 2시간 정도 소요 예상.
포장임도를 5분 정도 걸으니 좌측 숲으로 길이 이어진다. 개념도에 나와 있는 노루메기가 여기일 것. 이제 가파른 오르막. 삼각점이 있는 945m 봉을 지나 한전송전선로 갈림길을 지나 평탄한 길.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 아래 싸리나무가 싱싱하고 바닥에는 고운 그늘사초가 융단처럼 바닥을 덮고 있다. 아름다운 숲길.
한참 걸으니 넓은 공터. 이정표는 건의령까지 500m가 남았음을 알려 준다. 오늘 산행도 거의 끝나가는 것. 그런데 500m가 왜 이리 멀지. 숫자는 감각, 각자 느끼기 나름. 곧 건의령에 도착하니 백두대간 안내도가 있고 한의령 유래 설명문이 보인다.
<다시 숲길>
<하늘말나리가 꽃대를 올리고>
<넓은 공터, 이제 건의령은 500m만 가면 된다>
<건의령 - 여기서 좌측 상사미동으로 하산>
한의령(寒衣嶺)은 일명 건의령(巾衣嶺), 태백 상사미 마을에서 삼척 도계로 넘어가는 고갯길. “고려 말 삼척으로 유배되었던 공양왕이 근덕 궁촌에서 살해되자 고려의 충신들이 이 고개를 넘으며 고갯마루에 관모와 관복을 걸어 놓고 다시는 벼슬길에 나서지 않겠다고 태백산중으로 몸을 숨겼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관모를 뜻하는 건(巾)과 의복 衣를 합해 건의령. 그러고 보면 오늘 들머리인 두문동재도 고려의 유신들이 숨어 살았던 곳. 오늘 산행은 지조를 지켰던 여말 충신들과 시작과 끝을 같이 한다.
여말 개혁에 뜻을 함께 했던 사대부들, 그들은 조선 개국으로 권력을 잡고 후일 그의 후손들은 훈구파가 되어 신진 사림들을 박해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 시대를 속이는 흐름이야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으니 거창한 명분을 내세운 감언이설에 속지 말아야 할 것.
오늘 마루금 산행은 여기서 마치고 이제 1Km 정도를 걸어 버스가 있는 태백 상사미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좌측 절개지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건의령터널 500m 전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더위로 푹푹 찌는 35번 도로로 내려서 우측 상사미마을 돌밭입구 정류장 도착, 산행을 마친다. 상사미교 아래 개울에서 몸을 씻고 귀경. 내일은 폭우가 내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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