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동대산 구간] 진고개에서 신배령까지 (조개골 하산)
- 고사목과 잎 떨군 나무들의 가을 속삭임을 들으며
* 산행지: 진고개~동대산(1433.5m)~두로봉(1,422m)~신배령~명개리
* 산행일: 2,011년 10월 15일(토), 흐리고 비* 산행 경로 및 시간: 진고개(10:35)~동대산(11:22)~차돌배기(12:10)~1261봉(12:32)~신선목이 (12:49)~1383봉(13:21)~두로봉 삼거리(13:36)~두로봉(13:40)~신배령(15:09)~명개리 갈림길 (15:30)~명개교(17:45)~명개리(18:05)
<총 산행시간 7시간 30분, 휴식 등 포함>
* 산행거리: 19.5km (마루금 12.6km)
오늘은 오대산의 너른 품에 드는 날. 동대산과 노인봉 사이 안부인 진고개에서 동대산과 두로봉을 지나 신배령에서 조개골로 하산하는 코스. 해발고도 970m의 진고개에서 30m만 오르면 길은 1,000m 아래로 떨어지는 일 없이 구룡령까지 이어진다.
울창한 원시림과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부드러운 능선 길이 기대되지만 오늘 비가 온다니 좀 걱정스럽다.
동대산 산행 안내도
산악회 버스는 비로봉으로 오르는 명산팀 몇 명을 오대산 입구에서 내려주고 진고개로 향한다. 진고개는 동쪽의 강릉 연곡면과 서쪽 평창 대관령면(전 도암면)을 잇는 해발 970m의 고갯마루. 긴 고개가 진고개로 변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진고개 너른 휴게소에 도착하니 벌써 산행 인파가 꽤나 보인다. 아마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게고 백두대간 가는 인원은 얼마 되지 않을 것.
<진고개에서 동대산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탐방로 안내도 좌측에 있는 나무 계단을 올라 산행 출발. 계단을 올라서니 좌측에 배추 밭이 있고 시야가 활짝 열린다. 가을 빛으로 곱게 물든 마루금이 이어지는데 겉보기와는 달리 나무들은 벌써 대부분 옷을 벗었고, 등로에 오색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한다.
동대산까지 1.7km 길은 한시간이 안 걸리지만, 고도 460m를 올려야 하는 가파른 오름길.
<길 건너 노인봉 가는 산객들>
<만추의 숲, 동대산 가는 길>
산죽밭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 동대산삼거리(해발 1,433m, 동대산 30m, 진고개 1.7km, 동피골주차장 2.7km). 이제 오늘 최고봉인 동대산(1433.5m)은 지척이다.
곧 넓은 헬기장인 동대산 정상 도착. 오대산 5개 봉우리(5대) 중 하나이며, 주봉인 비로봉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대산. 평창 진부면,대관령면, 강릉시 연곡면의 경계가 된다. 주변은 잡목이 우거진 데다 날까지 흐려 조망의 즐거움은 약하다. 진행방향 좌측에 보이는 산줄기는 아마 두로봉에서 분기한 오대산 주능선 한강기맥 길 일 것. 이제 두로봉 방향으로 출발.
<동대산 삼거리>
<오늘의 최고봉 동대산>
잠시 내리막길. 능선에는 오색 낙엽이 수북하고 고산 특유의 식생이 느껴진다. 이리저리 뒤틀리고 굽은 투박한 고목과 고사목들은 자연의 겸손한 손길 때문일까 아니면 힘겹게 살아감을 알려주려 함일까? 앙상하게 뻗은 겨울나무에서 오히려 숲의 순환과 생명력을 느낀다.
119 표시목이 있는 1421m 헬기장을 지나 잠시 내리막길. 앞에 나뭇가지 사이로 1296봉이 꽤 높게 솟아 있다. 걷기 좋은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1421m 헬기장>
<이런 터널도 지나고>
앞에 높이가 3m는 됨직한 큼직한 차돌이 몇 개 서 있는 차돌배기(1,230m). 주변에는 차돌 부스러기까지 널려 있다. 이정표를 보니 두로봉까지 4.0km. 상당히 이채로운 모습. 길은 계속 부드러운 편안한 등로가 이어진다.
차돌배기에서 5분 정도 가니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고목이 나타난다. 다른 분들 산행기에서 단골로 본 고목. 곧 삼각점(연곡 449, 2005 재설)이 있는 1261.8m봉 헬기장. 곧 두로봉 3.0km 이정표.
<1261m 헬기장>
<삼각점 주변 낙엽~>
헬기장을 지나니 앞에 1383봉이 꽤 높게 보인다. 그 뒤로는 두로봉. 완만한 내리막 길을 지나 허연 자작나무 숲을 걸어 신선목이(1,120m) 안부 도착. 자작나무 숲에 붉은 단풍이 조금 남아 가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것을 보며 느끼는 알 수 없는 그리움, 이건 분명 계절 탓이다.
<앞에 1383m봉과 그 뒤로 두로봉>
<신선목이 자작나무 숲>
이제 두로봉 전위봉인 1383봉 가파른 오름길. 힘겹게 오르니 두로봉 1.2km 이정표가 있고, 1383봉 헬기장을 지난다. 다시 두로봉 0.6km 이정표. 국립공원 지역이라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 것.
안부를 지나 잠시 오르니 주목나무가 몇 그루 보이고 완만한 길을 걸어 감시초소와 이정표(동대산 6.7km, 비로봉 4.7 km, 상원사 주차장 7.6 km), 탐방로 안내도가 있는 동대산 삼거리 도착, 여기가 바로 한강기맥 분기점.
<가파른 길을 올라 1383봉>
<걸어야 할 마루금>
여기서 오대산 주능선이 서남으로 뻗어 나가고 이 능선이 바로 한강기맥. 한강기맥은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어 두물머리 양수리에서 그 맥을 다한다. 백두대간에서 뻗은 167km 긴 산줄기이지만 바다로 뻗지 못해 정맥이 아닌 기맥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바로 뒤에서 일행 한 사람이 오더니 초소 앞에서 사진을 찍어 달랜다.
“이 초소가 무서워 백두대간에서 이 구간만 못 왔어요, 한이 맺혀서 사진을 찍어야겠어요”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면 몇 번이나 출입금지 구간을 가게 되는 걸까? 금지구간을 가는 거야 바람직하지 않지만 다 빼면 종주 의미도 없을 것 같다.
<한강기맥 분기점 - 두로봉 삼거리>
분기점에 현위치 두로봉이라 되어 있지만 두로봉은 바로 옆에 있는 넓은 헬기장. 두로봉(1422m)은 오대산의 다섯 개 대(臺) 중 하나. 삼국유사의 기록대로 문수보살이 1만의 권속과 함께 살고 있다는 불교 성지 오대산은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으로 동대산, 북으로 두로봉 좌로 상왕봉 우로 호령봉을 두고 있다. 연꽃 잎처럼 5대가 둘러싼 곳에는 부처님 정골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것.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온 마루금이 아스라하다. 동대산과 출렁이는 산줄기들. 이제 마루금은 출입금지 안내판 뒤로 이어진다.
<드디어 두로봉 정상>
<마루금은 출입금지 안내판 뒤로>
경사가 제법 급한 길. 주변에 군데군데 싱싱한 주목이 눈에 띈다. 수령이 그리 오래 된 것 같지는 않으나 제법 굵은 주목. 주목 줄기를 밟고 넘어가니 이 주목은 어찌 견딜까? 길은 완만하게 변하고 자작나무 숲을 지나 편한 점심 자리.
후미가 한참 쳐졌을 것으로 예상 점심을 20분 가깝게 여유 부리며 먹는데 이런 후미가 우리를 지나친다. 후미를 따라 출발.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유순한 길이 이어진다. 밑둥만 남은 고사목을 지나니 A-5, A-6 표시가 있고, 산죽밭을 지나 통제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신배령 도착.
<밑둥만 남은 고사목>
주변에 신 돌배가 많아 신배령,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잇는 고개였다는데 지금은 흔적이 좌측에만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신배령에서 잠시 쉬다 출발. 그런데 좌측 조개골로 하산해야 하는데 어디서 빠지는 거지?
<신배령>
<가을 속으로>
완만한 오르막 길을 가니 이정표(만월봉 1.3km, 두로봉 4.2km)가 있는 명개리 갈림길. 선두대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좌측 희미한 길을 따라 조개골을 내려가 명개교를 지나 탐방안내소까지 가면 오늘 산행이 끝나는 것.
그런데 길이 전혀 없다. 잡목을 해치며 내려오니 계곡이 나오고 이제서야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푸른 속새 밭을 지나니 높게 자란 산죽이 길을 막는다. 길을 못 찾고 헤매는데 계곡 건너에서 일행이 부른다. 계곡을 건너니 희미한 길이 보인다.
<명개리 갈림길 이정표 - 조개골은 여기서 좌측으로>
<길도 없는 곳을 치고 내려간다>
희미한 길을 따라 한참 내려와 계곡을 만나고 좌측에 작은 길이 합류된다. 좌측 길이 신배령에서 내려오는 길이 아닐까 짐작된다. 계곡을 건너 계속 진행. 한참 내려오니 출입금지 안내판. 그런데 길이 좁아지더니 점점 길 흔적이 없다.
다시 계곡을 건너니 작은 길이 나오고, 편한 길이 이어진다. 한참 걸으니 이정표(내면분소 2.3km, 두로령 7.9km)가 있는 임도, 바로 명개교 옆. 이제 비포장 도로를 따라 내면 탐방지원센터가지 가면 오늘 산행 마무리.
이제 어둠이 내리는 시간. 게다 몇 방울 떨어지던 비가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변한다. 허겁지겁 비닐 우비를 입었어도 아래는 완전히 젖어 버리는 것. 비를 맞으며 어둠 속을 걸어 탐방지원센터를 통과 산행 마무리. 간단한 저녁을 먹고 귀경 길. 길도 없는 곳은 가지 말아야 하는데 다음에 또 여길 내려와야 하나?
<명개교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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