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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순례 ①] 프롤로그 – 인도 성지순례를 떠나며

카페인1112 2020. 12. 27. 19:38

[인도 성지순례 ①] 프롤로그 – 인도 성지순례를 떠나며

 

  # 작년 '(사)향림불교 주관 보드가야 영산재와 부처님 성지순례일행을 따라 성지순례(내게는 사실 인도여행이었지만) 다녀온 후 벌써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 덕분에 여유 넘치는 시간을 활용, 그때 여행 다니면서 조금씩 기록했던 내용과 기억을 다시 정리해 본다.  <여행기간: 2,019.10.29일(화) ~ 11.7일(목), 9박 10일>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

 

  인도라는 환상, 오랫동안 날 속였어.

 

  『인도』라는 나라. 나도 오랫동안 또래 다른 많은 이들처럼 인도에 대해 나름 환상을 갖고 있었다. 위대한 스승 붓다를 비롯한 여러 종교사상가들의 가르침에 매혹되었고,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와 역사는 역시 관심의 대상. 게다 글 팔아 먹고 사는 전문 글쟁이들의 과장된 수사나 종교적 입장으로 불가피했을 불교 승려들 감정의 유희도 내 환상에 한몫 했다.

  그래서일까, 나도 한 때는 거길 가면, 거길 다녀오면 뭔가 달라질 것 같은, 깨달음을 얻을 것 같은 영적인 인도여행을 꿈꾸곤 했었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무작정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던 곳.

 

  하지만 그 환상은 몇 년 전 짧은 인도여행에서 가볍게 사라지고 만다. 체념이나 달관 수준이라면 모를까, 깨달음은 개뿔. 오랜 역사를 가진 그냥 역시 사람 사는 동네. 게다 불합리한 계급제도나 심한 빈부격차, 과도한 지참금 제도나 미망인 천시 같은 여성 경시의 관습만 더 눈에 들어왔다.

  게다 ‘3 4천의 신들이 산다는 신들의 나라에서 성범죄가 일상이고 수치스러울 정도의 강력 범죄는 왜 그리 많은지, 인과나 업의 개념만 갖고 살아도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주변 공간에 그들이 믿는 신들이 득실 거리는데 어찌 그렇게 잔혹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나, 신앙이 일상이고 생활이라면 그건 불가능한 얘기.

 

힌두교 가네샤 신상

 

   70년대 초반 이미 핵실험을 하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정도로 과학 강국, 최첨단 IT산업을 선도하고 인도출신 CEO 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휩쓸 정도로 도전과 개척정신이 강한 사람들. 그런데 이조시대도 아니고 탈레반도 아닌데도, 그런 전근대적 관습이나 불합리함을 고유의 종교와 문화라는 미명하에 유지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

 

 

  히말라야 성자들만 사는 곳은 당연히 아니겠지.

 

  짧은 여행에서 본 단편적인 시각으로 판단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사고인지 물론 정확히 안다.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다 문제는 넘치게 마련이고. 내가 사는 이 땅도 얼마나 비 상식적인, 웃기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나라인가? 하지만 그래도 내 판단으로는 인도라는 나라,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

  “사람들은 욕심이 없고 모든 것을 신의 섭리로 받아들여 자족의 평화로운 삶을 산다고 누가 그렇게 떠들었지? 내 경험으로 보면 그건 정말 웃기는 짬뽕!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봤다는 얘기인지, 어디 히말라야 성자들만 사는 곳에 다녀왔나 보다. 

 

  건기 추운 날, 델리 길거리에서 마주친 길거리 노숙자 가족 어린애들의 새까만 때로 번들거리는 벌거벗은 엉덩이와 그날 저녁 델리 특급호텔 결혼식장에서 본 쭉쭉빵빵 선남선녀들의 유희는 극단의 대조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것이 전생의 업과 복덕으로 인한 당연한 차이이고 신의 섭리인가?

 

  그 두 가지 극단적인 모습에서 그 잘난 사유와 문화, 종교에 대해 오히려 솟구치는 분노를 느꼈고, 건기 심한 미세먼지로 뿌연 그 나라 하늘만큼이나 흐리게 보였던 인도. 그래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던 나라. 하필이면 처음 여행하던 시기가 건기라 땅도 하늘도 그냥 숨 막힐 것 같은 뿌연 먼지로 뒤덮였던 그런 때였다.

 

 * 참고로 그동안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다시는 가보고 싶지 않다고 느꼈던 나라는 인도밖에 없었다.

 

 

초전법륜 성지, 사르나트 다메트탑

 

 

  그런데도 다시 인도여행,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그런데 무슨 인연일까,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법은스님이 이사장으로 계시는 ()향림불교 주관 보드가야 영산재와 부처님 성지순례일행을 따라 9 10일 일정으로 다시 인도여행을 떠나게 된 것. 부처님의 생애를 돌아보는 여정에 나름 관심도 있었지만, 사실 친한 지인들 몇 명 같이 어울려 가는 맛으로 동참하기로 했는데,

  이런 망했다, 말들만 무성했고 다들 포기. 결국 동참금 287만원 내고 100명 넘는 단체에 혼자만 끼어들었다. 덕분에 독실 사용료 50.4만 추가로 내고 혼자 호텔 방 쓰는 호사까지 누리고.

 

 

  근데 인도 불교성지 순례라지만 사실 인도에 제대로 남아 있는 불교유적은 별로 없다. 그나마 식민지고고학 발굴 성과로 유적지 일부가 발굴되기 시작했고, 부처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행이 가능해 진 것. 탄생성지 룸비니조차도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작은 사원 하나만 아쇼카석주와 함께 서 있고, 구룡못이라고 사각형 연못 하나 파 놓았다.

  이미 오래 전 불교가 자취를 감춘 나라에서 부처님 유적지가 제대로 보전되기는 당연히 어려웠겠지. 붓타의 고향 인도에 불교도는 전국민의 1%도 안 되는 소수이고 80% 이상 대다수는 힌두교도. 게다 지금의 인도불교는 불가촉천민을 이끌고 개종선언을 했던 암베드카드 박사(1891~1956)가 새로 만든 불교이고, 기존 전통불교는 유적지 흔적만 겨우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인도인들에게 붓다는 비쉬누신의 9번째 화신(아바타) 3억이 넘는 신들 중 하나일 뿐이다. 카스트제도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이민족인 월씨족 쿠샨왕조까지만 해도 평등주의를 주장하는 불교를 후원했으나 4세기 힌두교 왕조가 들어서면서 5세기 이후 불교는 대부분 사라진다. 이후 이슬람의 극심한 탄압과 파괴를 겪으면서 불교는, 부처님은 인도 땅에서 완전히 잊혀지고 만다. 덕분에 불교 유적지까지 잊혀지고, 땅에 묻히고, 겨우 희미한 흔적만 남았다.

 

  어쨌든, 부처님 성지야 한번 정도는 돌아볼 만 하니, 가보는 거지 뭐.

 

 

 

 * 인도: 국토 면적 남한의 33배로 세계 7, 인구수 남한 25 13억이 넘는 규모. 공식언어 22개. 많은 지방언어가 있어서 1991년 조사 결과 1600개가 넘는 언어와 방언이 파악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