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인도성지순례

[인도 성지순례 ③] 둘째 날 - 델리에서 바라나시(VARANASI)로/사르나트(녹야원), 갠지즈강 (10/30일,수)

카페인1112 2020. 12. 27. 19:42

   둘째 날 -  하루 숙박한 델리에서 '신들의 도시이자 오래 된 도시' 바라나시로 이동 / 초전법륜지 사르나트(녹야원)와 다섯 비구를 만난 영불탑 (10/30일, 수)

 

  성지순례 둘째 날, 오늘은 델리에서 국내선 비행기 타고바라나시로 이동 부처님 초전법륜 성지 사르나트와 성스러운 강 갠지즈강을 보는 일정.

  델리로 들어오는 북인도 패키지 여행을 하게 되면 대개는 둘째 날 여행 일정이 이런 식으로 짜여질 것.

 

 

  오래 된 도시, 바라나시로

 

  호텔 조식 후 여행객들이 '가장 기대를 많이 한다'는 오래된 도시 바라나시로 떠난다. ‘성스러운 도시이자 인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하는 곳. 하지만 내 기억 속에 성스럽고 신비로운 바라나시 모습은 전혀 없었다. 지독한 매연과 귀를 찢을 것 같은 시끄러운 경적소리, 좁은 도로에 차량과 오토바이 릭샤에다 사람과 소까지 가득 뒤섞여 움직이는 아비규환의 도시였을 뿐.

 

  게다 길을 걷기 힘들 정도로 바글거렸던 구걸꾼들은 여행을 너무 힘들게 했다. 남들은 그게 인도의 매력이라며, 인도가 좋아서, 바라나시가 좋아서 몇 번씩 온다는데, 나도 이번 여행에서는 뭔가 필이 꽂힐까?

 

  델리공항 가는데 미세먼지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진 않았다. 인도는 10월부터 2월까지 건조한랭기인데 아직은 건기 초입이라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중 델리 심한 미세먼지 문제가 한국 신문에도 크게 보도될 정도였는데(지인들이 동아일보 보도 내용을 카톡으로 보내주며 걱정했었다), 전에 2월 여행 때와 비교하면 이 정도는 아주 양호한 편. 그 때는 거리도 차도 나무도 건물도 모두 뽀얀 먼지에 뒤덮여 오직 회색빛 풍경이었다. 인도하면 우선 그 회색빛 풍경이 떠오를 정도로.

 

델리공항에서 바라나시로

 

   비행시간 1시간 좀 넘게 걸려 바라나시 공항 도착. 바라나시 공항은 전에 왔을 때보다 엄청 깨끗해졌고 한산한 풍경. 버스 타고 초전법륜지 사르나트 녹야원으로 간다.

 

 

   내가 타는 버스는 3호차. 1호차는 영산재 의식을 집전하는 스님들이 주로 탄 것 같고, 차량마다 스님들이 몇 분씩 타고 있다. 그덜 표현으로는 스님과 일반인이 섞여 탄 거지.

  일반인 중 남자들은 역시 소수, 역시 종교 사업은 여성들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감성 발달이 여자보다 미흡한 남자들은 쉽게 감동하지도 않고 주머니까지 빈궁하니 성직자들 예우도 별로일 수밖에 없다는 게 내 편견. 하지만 실제 대부분 사찰 신도회장은 여성일 거고, 어느 종교든 대부분 종교 모임은 여자들이 주류가 아닐까?

 

 

  * 이건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종교단체에 남자들이 비주류인 이유 중 하나는 불행하게도 은퇴한 남자들 주머니가 빈궁해서가 아닐까?

  대부분 나이든 남자들 퇴직금은 아내에게 뺏기고 궁하게 사는데, 그래서 젤 만만한 게 돈 안 들고 시간 때우기 좋은 등산이고, 퇴직하면 비용 부담도 크고 4명 팀 구성이 어려워 골프 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내 주변만 그런 것일까나...

 

 

  사르나트(녹야원) 가는 길

 

  사르나트 가는 길, 길가 풍경에 눈길 고정. 낡고 지저분하긴 해도 사람들 평화롭게 사는 풍경. 길가 작은 집들 주변에는 방목하는 소들이 꼭 보인다.  여자 애들 노는 모습도 보이고. 인도 다운 풍경들.

 

 

 

  '부처님이 알려준 4대 성지'와 8대 성지

 

  부처님의 제자들에게 첫 설법을 한 초전법륜 성지, 사르나트(녹야원). 열반경에 기록된 부처님의 4대 성지 중 하나.

 

  부처님이 입멸을 예고하자 슬퍼하던 아난존자가 부처님이 그리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 부처님에게 묻는다. 그때 부처님이 불자들이 친견해야 하는 곳으로

  ‘자신이 태어난 곳, 깨달은 곳, 처음 전법을 한 곳, 입멸할 곳’ 4군데를 알려 준다.

 

  그곳이 바로 부처님의 4대 성지이고, 불자들이 순례해야 하는 곳.

 

초전법륜지에 세운 사르나트 다메크탑

 

   즉, 탄생지인 룸비니, 성도한 보드가야, 그리고 깨달음을 처음 설한 사르나트(녹야원), 입멸한 쿠시나가르 이 4곳이 부처님의 4대 성지.

 

  그리고 도리천 강하 상카시아, 기원정사가 있는 쉬라바스티(사위성), 최초 불교사원 죽림정사와 영취산의 라지기르, 미후봉밀의 바이샬리 4군데를 합쳐 8대 성지라고 한다. 8대 성지에는 부처님 입멸 후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스투파를 세운다.

 

  이번 여행에서는 부처님이 자신의 어머니 마야부인을 만나기 위해 도솔천에 갔다가 내려온 상카시아를 제외하고 7대 성지를 참배하게 된다.

 

 

 

  성도 후 사르나트(녹야원)로, 불법을 전하는 위대한 여정의 출발점

 

  부처님의 최초 설법지 사르나트는 바라나시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사슴이 많이 살아서 일명 녹야원. 부처님 전생담 자타카에 바라나시 브라흐마닷타왕과 사슴왕 니그로다와의 일화가 나온다. 새끼 밴 사슴을 대신해 죽으려 했던 니그로다의 마음에 감동 받은 왕이 살생을 금지 하게 한 것.

 

  이곳 초전법륜 성지는 오랫동안 잊혀져 폐허로 방치되어 있다가, 1,835년 커닝햄 등 영국인들이 발굴하면서 초전법륜지가 알려지게 된다. 이 때 폐허 속에서 발견된 아쇼카왕 석주 네 마리 사자상 등 유물이 사르나트 고고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석가모니는 처음에는 그의 깨달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고 열반에 들 생각이었으나 천신의 간청으로 법을 설하기로 결심한다.

  그 첫 번째 전법의 대상이 보드가야 우루빌라마을 고행림에서 함께 수행을 했던 교진여등 다섯 비구. 그들은 싯다르타 왕자가 고행을 포기하고 마을 처녀에게 우유죽을 받아 마시는 것을 보고 타락했다며 실망하여 부처님을 떠나 사르나트로 간 수행자들.

 

  부처님은 보드가야에서 250km를 보름 동안 맨발로 걸어 이곳 사르나트에 온다. 전법의 길로 나선 위대한 여정의 출발점.

 

 

  첫 설법은 인간이 아닌 사슴에게

 

  법을 전하기 위해 사르나트로 가는 길. 그런데 부처님은 과연 미혹에 빠진 인간들이 자신의 깨달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이 때 사슴 두 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사슴에게 먼저 법을 설하게 된다. 과연 사슴이 부처님이 설하는 내용을 이해할 것인가? 그런데 이 사슴들이 제대로 이해하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어 다섯 비구에게 법을 설하게 된 것. 그래서 초전법륜 관련된 그림이나 조각 등에서 사슴 두 마리가 당연하게 등장한다.

 

  아, 부처님 첫 제자는 인간이 아니라 사슴이었네요. 불자들은 부처님 첫 제자인 위대한 사슴에게 경배하라! 하긴 보드가야에서 천신에게도 설법을 하긴 했었지만.

 

초전법륜상 기단에 다섯 비구, 시주자와 함께 사슴 두 마리가 등장

 

 

  첫 설법이라는 인류 문명의 대 서사

 

  만일 부처님이 다섯 비구에게 법을 설하지 않고 그냥 입멸에 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깨달음으로 부처님이자 무상사(無上士)가 되셨지만 천인사(天人師, 하늘과 인간의 스승)는 되지 못 했을 것. 그리고 불교라는 종교도, 불교 교단도 형성되지 못 했겠지.

 

   부처님의 전법으로 한 개인의 깨달음이 인류 전체의 소중한 지성이 될 수 있었던 것. 그렇기에 불교라는 종교의 출발은 바로 이곳 사르나트가 된다. 지금은 긴 세월 속에서 또 무슬림의 심한 탄압으로 그냥 폐허가 된 이곳 유적지에서 위대한 인류 문명의 대 서사를 감동으로 느끼게 된다.

 

다섯비구가 부처님을 영접했던 영불탑(차우간디탑)

 

  다섯 비구를 다시 만났던 영불탑(차우간디탑)

 

 

  교진여를 비롯한 다섯 비구는 부처님이 그들을 찾아 온다는 것을 알고 타락한(고행을 포기한) 그를 영접할 이유가 없다면서 안면몰수 하기로 결정을 봤다. 수행자에 대한 예우를 하지 않기로 한 것.

  그런데 부처님을 보자마자 부처님이 풍기는 위엄에 압도되어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 수행자의 예를 갖췄다고 한다.

 

  그 자리에 세운 탑이 '부처님을 영접했다'는 영불탑, 차우간디탑. 6세기 경 굽타왕조 시기에 조성되었는데, 1835년 커닝햄이 발굴했을 때 중앙 사리 안치 공간에 사리는 없었다고 한다.

 

  이 탑은 벽돌로 둥글게 무덤처럼 쌓아 올리는 인도 전통 스투파 양식에다 꼭 초소 같이 생긴 구조물이 상부에 하나 더 올라가 있다. 맨 위 탑신부는 후대에 이슬람 양식으로 만들어진 것. 인도를 지배했던 무굴제국 악바르 대제가 기존에 있던 불탑 상층부에 이슬람 건물을 세웠다고 했으니 이 탑은 이슬람 조형물로 사용되었겠지. 

 

  종교가 가진 관용이 아닌 독선과 야만성의 표현, 이런 건 이슬람만이 아니라 유목민족들이 만든 편협한 종교들이 대부분 그럴 것. 바미안 불교유적 파괴나 남미 마야 유적을 파괴하고 세운 성당 건물이 부끄럽지 않은 그들.

 

  차우간디탑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버스 안에서 보고 바로 녹야원으로 간다. 위대한 각자의 발걸음을 따라 초전법륜 성지로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