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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순례 ⑥] 둘째 날 - 다시 '힌두의 성지' 갠지즈강으로

카페인1112 2020. 12. 27. 19:49

[인도 성지순례] 둘째 날 - 갠지즈강(강가, 항하)에서 보는 인도인들 삶의 모습 (2019.10.30)

 

 

  사르나트고고학박물관 나와 호텔로 이동, 호텔서 중식. 이 많은 인원이 이용할 만한, 그리고 깨끗한 식당 찾기가 어려울 테니 식사는 대부분 호텔 이용(이전 패키지 여행 때도 그랬다. 그래서 식사는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가능).

 

  점심 먹고 호텔서 잠시 쉬다 3시 반 집결, 이제 대단한 신들이 머무는 곳, 힌두의 성지 갠지즈강으로 간다.

 

 

   3천년 역사의 고도 바라나시 시내를 통과해 갠지즈강으로 가는 길. 부처님 당시는 번성했던 카시왕국의 수도였던 곳.   

 

  부처님이 자신이 카필라왕국 세자 시절 '카시 산으로 된 비단과 향만 사용할 정도로 화려한 영화를 누렸다'고 표현했는데 그 카시가 이곳 바라나시를 말하는 것일 것.

 

 

 

 

  오래된 도시 바라나시 풍경들. 작은 상점들과 길가 노점들, 방목하는 동물들, 작은 힌두사원, 오토바이 타고 복잡한 길을 달리는 사람들. 다채로운 이런 삶의 모습이 더 정겹고 재미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할까, 유명 유적지에서 느끼지 못 하는 여행 재미를 이런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돼지들 노는 이런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작은 사원, 종교가 그냥 일상이고 생활인 나라

 

  바라나시 시내를 통과하면서 예전보다 덜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 생각해 보니 전에는 도중 버스에서 내려 릭샤를 타거나 걸어서 바라나시 속살 제일 복잡한 도로를 지나 갠지즈강으로 갔었다. 오래된 복잡한 도시 속살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

 

  이번에는 덜 복잡한 다른 길을 통해 즉 우회해서 갠지즈강으로 나간 것. 거기서 배를 타고 언덕 가트들 보면서 하류 방향 뿌자의식 행하는 곳으로 갔다.

 

갠지즈강으로 가는 길

  

  갠즈지강으로 나가니 라져가트 표지판. 여기는 다른 곳과는 달리 그래도 한적하네. 가트는 제방 계단을 말 하는 것. 표지판에 한글 일본어까지 보인다. 염소 포즈는 똥 싸는 포즈이고, 인도인들 단체 사진 촬영.

 

  전에 여행 왔을 때 카메라 들이대면 인도인들 대부분 활짝 웃어 준다. 초등학교 어린아이들이 미소로 대해 주던 순진한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가이드한테 물어보니 인도인들 사진 찍는 걸 워낙 좋아한다나...

 

한글로 만나는 라져가트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2,590km 긴 거리를 흐르는 힌두교 성지 갠지즈강. 힌두어로는 강가이고 불경에서 항하(恒河)라고 되어 있는 그 강.

 

  힌두들은 시바신 머리에서 물이 흘러 갠지즈강이 되었고, 시바신이 머무는 신성한 성지라 이곳에서 몸을 씻으면 모든 죄업을 다 씻을 수 있고 이상적인 세계 해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일생에 한번 순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죽어서도 이곳에서 화장해 주기를 소원한다.

 

   전에 여행 왔을 때 바라나시 시내에서 시신 운구하는 것을 보면서, 화려한 천으로 덮인 시신을 운구하다 골목길에 내려놓고 쉬고 있는 초라한 행렬을 보면서 그들 지난한 삶, 과거의 업으로 받고 있는 현세 고통을 미래에서나마 벗어나고 싶다는 간곡한 비원을 떠올리고 있었다.

 

 

 

보트 타려고 대기 중, 일행들과 디와 파는 소녀들이 섞여서

 

   13억이 넘는 인도 인구 중 80% 이상이 힌두교도인. 힌두교의 브라만(창조), 비슈누(유지), 시바(파괴)신 중에서 인도 하층 서민이 가장 숭배하는 신은 역시 파괴의 신인 시바. 반면 상류층은 유지의 신인 비슈누를 가장 숭배한단다.

 

  신을 믿는 것도 역시 믿고 싶은 더 의지하고 싶은 신이 있는 것. 그래서일까 이곳 '시바 성지' 갠지즈강이 가장 인기 있는, 가장 많은 순례객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을 것. 어느 사회든 못 사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어려운 사람이 더 간절할 테니까. 그래서 이곳 바라나시가 인도의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있을 지도 모른다.

 

 

  갠지즈강에서는 일몰이든 일출이든 보트투어가 통과의례. 일단 배를 타야 강을 따라 6km 에 걸쳐 있는 계단 제방인 가트 구경이 가능하고, 갠지즈강을 느낄 수 있는 것.

 

 강물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시바신을 모시는 신전과 오래된 건물들, 시신을 태우는 불꽃과 연기로 뒤덮인 화장터, 계단과 건물을 떼지어 달리는 원숭이 무리들, 빨래터 등 강변 가트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시선을 떼기 힘들다.

 

 

  보트 타는 사람들한데 '디와' 팔려는 작은 아이들이 거의 강매 수준으로 결사적이다. 디와는 강가 여신에게 소원을 비는 작은 등. 꽃으로 장식된 작은 접시에 있는 기름 심지에 불을 붙여 강에 띄우며 소원을 빈다.

 

   가이드 왈, 이곳 갠지즈강은 불교 성지이기도 하단다. 말인즉 사르나트 다르마라지카 스투파에 모셨던 부처님 진신사리를 몽땅 갠지즈 강에 버렸으니 부처님 사리가 버려진 갠지즈강은 불교 성지라나. 정말 웃기는 짬뽕이네. 그럼 한강에 불 사리 한과 봉안하면 한강이 불교 성지가 되는 거지?

 

고기 잡는 모습 같은데, 근데 이 성스러운 강가에서 고기를?

 

  갠지즈 강가 가트를 보면서 이동. 강물에 몸을 담고 목욕하는 모습, 이 갠지즈 강물은 홀리 워터니까 목욕도 하고 양치도 하고 몸도 담그고 다 한다. 성스러운 강에서 몸을 씻으면 지금까지 지녀온 카르마(업)가 소멸되고 내세에 새롭게, 안락하게 태어날 수 있다고 믿으니 물을 만지는 자체가 종교적인 거룩한 행사인 것.

  심지어 샴푸로 머리를 박박 감고 강물에 그 샴푸도 흘려 보내고, 그래도 그들에게 갠지즈강은 성스런 강이고 그 물 소중하게 퍼 가는 것. 바라나시 강가 골목마다 판매하는 물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인도인들이 이런 사고나 문화, 종교적 신념을 폄하하거나 우습게 보는 건 물론 당연히 아니다. 우리와 좀 다를 뿐이지 오랜 기간 그들이 살아온 삶 자체니까. 그리고 논리적으로 불합리한 걸 따지자면 어느 종교나 크게 차이가 없다.

  솔직히 무당 굿 하는 거나 고등종교 기도하는 행위나 제3자가 볼 때는 비슷하게 보이는 거고, 첨단 21세기에 면죄부나 사후 특별 티켓 판매에 열을 올리는 종교단체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지 않은 종교단체 찾기가 더 어려운 거 아닌지 몰라. 그래서 종교단체만 자꾸 부자가 되는 거고. 퀴즈 하나. 멋진 큰 건물 보면 관공서나 종교단체가 많다. 그 두 세력 공통점은?)

 

 

 

  사원 옆 계단 원숭이 떼들이 놀고. 삼지창 모양 시바신 사원 같은 힌두교 사원이 역시 많이 보인다. 조금 더 가니 화장장. 이곳 가트 삶의 여러 유형을 골고루 보여 주는 것. 배를 타며 돌아보는 이 시간이 나름 인도를 느끼는 시간.

  참고로 시신 태우는 화장장은 촬영금지다. 함부로 카메라 들이대는 도그 매너들 있든데 장례의식 치루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 말로는, 화장하고 집으로 유골을 모시고 가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일정기간 후 다시 그 유골을 강물에 띄우거나 뿌린다고. 화장터 불꽃과 연기가 여러 군데 피어 오르고 있고, 물가에는 장작더미와 시신을 쌌던 붉고 노란 천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힌두교도들 최고의 소원 중 하나가 갠지즈강에서 장례를 치루는 것. 갠지즈 강물로 시신을 정화시켜야 하니 물가에 시신을 놓고 얼굴에 물을 끼얹는 모습이 보인다.

 

 

원숭이들이 뛰어노는 가트 계단

 

  신디아가트, 이곳도 역시 소와 사람이 같이 어우러진다. 한쪽 물가 여인네들은 디와를 띄우고 있고, 좌측 남정네들은 강에서 목욕하는 모습.

  소원을 비는 디와를 띄우는 건 우리나 저들이나 똑 같네. 민초들의 비원!

 

 

   이제 슬슬 갠지즈강 투어가 끝나간다. 이곳 갠지즈강에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 내지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글을 여러 군데서 봤는데, 난 오늘도 역시 그냥 국외자, 관광객의 시선만 그냥 유지. 

  그런데  이전 글 쓴 사람들 과장이나 허풍이 너무 심했다. 옛날 얘기인지 타다 남은 시신이 둥둥 떠다니는 곳에서 목욕을 한다는 둥 여러 가지.

 

  하긴 혹시 모른다. 나도 자유여행자들처럼 바라나시에 며칠씩 머물면서 갠지즈 강 가트에 앉아 멍 때리기도 하고, 화장터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도 해 보고, 복잡하고 시끄럽고 냄새 나는 좁은 골목을 소떼들과 함께 헤매기도 하고, 떼로 몰려들며 까만 손을 내미는 어린아이들에게 봉변도 당해보고 그랬다면, 나한테도 뭔가 깨달음이나 울림, 하다못해 이 나라에 대한 작은 매력이라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럴지도 모르지. 그리고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비판하는 건 무식한 편견, 그건 분명히 맞다. 그래서 겸손해야 하는 것. 잠시 스스로를 반성한다.

 

  보트 투어 하다가 어둠이 내리며, 강가여신에게 소원을 비는 작은 등 디와를 띄운다. 같이 배에 탔던 일행들 합장하는 손에서 간절함이 느껴지는데, 이 강가에서 누구에게 기도하는 걸까?

 

  그냥 여행 기념 이벤트를 하는 내 마음이야 단순한데 다들 비원들이 그리 많은가 보다.

 

 

 

 

 

  전에 왔을 때는 강 건너편 항하사(恒河沙)로 올라가 그곳에서 요가수행자, 맛사지 하는 젊은이 등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물이 많아 올라가지 않는단다. 그것도 아쉽게 됬네. 그 덕분에 시간이 남아 좀 그랬지만.

 

  6시 반부터 시작되는 뿌자의식을 기다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시간 때우기 짜이 체험. 복잡한 인파를 헤치며 짜이 가게로 가는데 마침 일몰 시간이라 주변 힌두교 사원에서 일제히 악기를 두드리고 큰 소리로 기도를 시작한다.

  신을 찬양하고 믿음을 표현할 텐데 내용을 모르니 그냥 무당 굿 구경하는 느낌. 좁은 도로 변 짜이 가게 앞에도 시바신을 모시는 힌두교 사원이 있는데 할머니 한 사람이 들어가 기도를 한다.

 

 

  인도인들이 평소 즐겨 마시는 짜이는 우유에 찻잎가루를 넣는데 여기에 생강과 약간의 향신료를 첨가. 짜이가 인도인들의 국민음료라지만 차 마시는 것 역시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산. 상업적인 차 재배도 19세기 중반 영국 동인도 회사에 의해 도입됐다고 한다.

 

 

  그런데 30명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니 준비하는데 한참 걸린다. 게다 도중 다른 팀들까지 몰려오니 더 복잡. 막 서둘러 준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느긋하게 차를 끓여 붉은 색 토기 잔에 담아 준다. 지저분간 걸래가 영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 여긴 인도야, 깔끔 떨 필요는 없어' 하면서 한잔 흡입.

 

  그런데 찜찜한 기분에 마셔서일까, 짜이 탓은 아니겠지만 그 다음 날 배탈이 났다. 그동안 그렇게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한번도 배앓이를 한 적이 없는데 이번 처음으로 배가 고장 났다. 엄청 부담스럽게. 그동안 갖고만 다니던 지사제를 드디어 먹어 보는 것.

 

  짜이 마시고 뿌자의식을 보러 다시 강가로 내려온다. 가게마다 파는 플라스틱 물통에는 신성시하는 갠지즈 강물을 담아 가겠지. 갠지즈 강변에서 행해지는 Arti Pooja 의식은 강가여신에게 제를 올리고 신의 축복을 받아 현생 내생에 복을 받고 궁극적으로 해탈하고자 하는 의식.

 

 

  원래는 브라만이 집전해야 하지만 힌두교 의례 전공하는 대학생 알바들이 매일 저녁 저 의식을 집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걸 보려는 힌두교도들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 바라나시 여행 온 사람들은 이것 안 보면 큰일 나는지 전부 몰려 나오나 보다.

 

 * 요즘도 알바가 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가이드한테 물어봤는데 이 친구 대답을 안 한다. 내 질문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거나, 아니면 니가 그걸 왜 물어?인데, 내 결론은 후자.

 

  뿌자의식 막 시작하는 것만 잠시 보고 다시 보트에 오르란다. 지난 번 여행에서는 저녁을 먹고 릭샤를 타고 여기 갠지즈강에 와서 늦게까지 의식을 구경했었다.

 

 

 

   전에 왔을 때는 뭔가 신비롭고 흥미로운 소리와 몸짓에 한참 빠져 있었는데 오늘은 시작하는 것만 보고 그냥 끝나네. 저녁 먹는 시간이 늦어졌으니 서둘러야 했겠지만 구경하는 사람에게 뿌자의식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었고 시간 낭비를 한 것

 

  뿌자의식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고, 대부분 사람들 불교성지가 아니니 관심도 없었을 거고, '다른 여행자들은 갠지즈강 여행에서 제법 비중이 있을' 뿌자의식은 그렇게 대충 넘어가 버렸다. 차라리 디와 띄우고 그냥 호텔로 들어가지 뭘, 형식적으로 이렇게 해야 하나!

 

 

  다시 보트 타고, 버스 타고 호텔 도착. 저녁을 먹는데 한쪽에 한식 쌀밥, 개인별로 1kg씩 쌀을 갖고 오라고 하더니 그걸로 밥을 짓고 김치나 밑반찬들이 푸짐하다. 사실 난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 만든 인도식 빵 난과 매운 커리, 탄두리 치킨을 즐기니 굳이 한국음식이 필요 없는데도 막상 고를 때는 저절로 한식 진열된 곳으로 가게 된다. 역시 어쩔 수 없는 토종 한국인.

 

 

  오늘 루피화 환전. 인도인 젊은 친구 하나가 호텔로 루피화를 잔뜩 갖고 와 바꿔 준다. 미화 20불을 주니 10루피짜리 지폐 100장 한 묶음을 준다. 빳빳한 새돈 한 묶음을 받으니 갑자기 부자 된 기분. 20불에 1,000루피를 받았으니 10루피에 240원 정도로 환전을 했는데, 실제 제대로 된 환율대로라면 1,200루피 정도는 받을 수 있었을 것. 큰 돈은 아니지만 수수료 비중이 꽤나 높으니 수입이 짭짤하겠다. 물론 혼자 먹진 못 하겠지만.

 

 

  저녁 일행 몇 명이 소주 한잔 하는 자리에 꼽사리 꼈다. 한 분 가방에서 우와, 소주 팩이 무려 42, 8kg 분량이 나온다. 여행 내내 자양분이 될 소주 팩이여!

  덕분에 같이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혼자 따라온 주제에 황송할 정도로...

 

 낼은 부처님이 성도하신 보드가야 로 간다. 꼭 순례하고 싶었던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