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수도권)

왜 이름이 관음산일까?

카페인1112 2006. 2. 19. 21:19

왜 이름이 관음산일까?

 

* 산행지: 포천 관음산(733m, 포천군 영중면 등 4개면 경계)

* 산행일: 2006년 2월 19일(일), 맑음
* 산행경로 및 시간: 산행 출발(12:03) – 폐광터(광산골, 12:18) – 주능선(13:15) – 삼거리(14:00) – 정상(2:30, 중식 후 15:10 출발) -- 지능선(15:25) – 사유지 관리소(16:50) – 주차장(17:05)
* 교통: 47번 국도 일동 IC지나 수입삼거리에서 387번 도로를 따라 성동방향으로 좌회전, 삼팔교에서 좌회전하여 5분 정도 거리 파주골순두부 인근에 주차 (구리IC에서 1시간15분 소요)
       
  관음산은 사향산과 연계하여 가고 싶었던 곳이나 우선 관음산만 다녀오기로 한다. 10시가 훨씬 지난 늦은 시간에 출발, 47번 국도를 달려 산행 들머리인 파주골(포천군 영중면 성동리)로 향한다.

  파주골은 궁예가 왕건에게 패하여 도주했던 곳이라 하여 패주골로 불리다가 파주골로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관음산인지 확인할 수 없다. 아마 관음보살과 인연이 있는 산일텐데.

  12시가 되어서야 파주골에 도착. 그런데 들머리를 확인할 수 없다. 일단 그 유명한 파주골 순두부 옆에 주차하고 우측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 보기로 한다. 펜션과 마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다니엘기도원이 있는 좌측길로 진행하니 이제부터 산길이다. 산길로 접어들어 곧 자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폐광터, 광산골인 모양이다.


  폐광터의 삼거리, 좌측길은 등로가 뚜렷한데 우측길은 영 희미하다. 그런데 좌측길은 쇠골로 넘어가는 도로이고 우측길이 정상 방향과 가까우니 우측길을 택하기로 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등로 상태를 볼 때 좌측길로 가 주능선을 타고 가는 것이 훨씬 좋다) 오른쪽 비탈을 올라가니 등로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고 토끼똥 같은 것이 많이 있는데 겨울이라 등로를 찾을 수 있지 봄만 되어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조금 더 진행하니 이젠 아예 길이 없어진고 만다. 계곡을 건너 계곡 좌측으로 무작정 치고 올라간다.


  짐승이 다니는 길일까 다시 희미한 등로가 나타나더니 곧 수북한 밤나무 낙엽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계곡 좌측길을 따라 급경사길을 무작정 치고 올라가는데 수북하게 쌓인 낙엽과 얼었다 녹은 흙길이 눈길보다 더 미끄럽다. 미끄러운 급경사길을 힘들게 올라가다 보니 다시 흐릿한 길이 나타나고 그 길을 따라 가니 지능선으로 올라서게 된다. 잠시 올라가니 지능선길도 낙엽으로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 굵은 신갈나무와 물푸레나무가 능선 좌우를 따라 빽빽하다. 지능선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갔을까 하늘금이 보이기 시작하고 곧 칡밭, 칡을 캤는지 큰 구덩이가 여기저기 있고 두릅나무가 지천이다. 봄에 왔으면 횡재를 했을텐데... 하기야 봄에 왔으면 이 길을 따라 올라올 수 있었을까? 봄이 다가오는 것일까, 멀리 산줄기들이 싱그럽고 산사면의 참나무 숲도 삭막하지 않고 생기를 머금고 있다. 마른 겨울나무 사이를 걸으면서도 춥지 않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능선 좌우로 굵은 서어나무들이 열병식을 하듯 버티고 섰고 잠시 평탄한 길이 나타나더니 다시 급경사, 곧 관음골재로 생각되는 안부이다. 2시가 조금 지나 삼거리, 북쪽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과 합류되는 지점이다. 이제는 가끔씩 나타나는 눈 쌓인 빙판길을 올라간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산사면에 잔설이 조금씩 남아있고 등로가 빙판으로 된 곳이 많다. 오른쪽에서 북서풍 찬 바람이 세게 불어온다.

 

  갑자기 순해 보이는 백구 한 마리가 보이더니 약초꾼으로 보이는 두사람이 나타난다. 오늘 산에서 유일하게 만난 사람들. 잠시 순한 오름길을 오르니 정상이다. 작은 헬기장인 정상에는 정상목과 삼각점이 있고 주변 조망이 좋다. 북으로 사향산과 명성산 남으로 풍혈산이 자태를 뽐 낸다.

 

 


  늦은 시간 급하게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고 하산, 올라온 길과 반대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다 보니 높은 봉우리가 나오고 곧 우측으로 빠지는 능선길이 나타난다. 소위 말하는 관리소일 것으로 추정하고 지능선으로 발길을 돌린다. 처음에는 낙엽이 수북한 부드러운 능선길이 잠시 이어지더니 다시 급경사길로 변한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으로 미끄럽고 등로 상태도 엉망이다. 그래도 등로가 명확한 것이 다행. 참나무 숲과 이깔나무 숲이 매우 우거져 여름일 경우 무섭기까지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우측 숲에서 갑자기 소란스런 움직임, 멧돼지 4 마리가 우리 발자국 소리에 놀랐을까 엄청난 스피드로 등로를 가로질러 우측 이깔나무 숲으로 사라진다. 멀리 도망갔기를 바라며 계속 하산. 내려오다 보니 무슨 이유인지 나무를 잔뜩 벌목해 놓은 지점을 지나는데 군데군데 진달래 가지가 꺽여 있어 집에서 봄을 맞을 생각으로 몇 가지를 집어 온다.


  거의 하산이 끝나는 지점에서 민가가 있는데 웬 아주머니가 제대로 된 길을 두고 왜 이리로 왔느냐면서 아주 언짢은 기색이다. 난 그냥 길을 따라왔는데 아마 정상적인 다른 길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집 마당을 통과해서 나오다 보니 도로 입구를 큰 철문으로 막아 놓았고 주변은 아예 철조망을 쳐 사람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철문 아래를 기어 간신히 통과하고 도로로 나와 거의 20분 가깝게 걸어 주차한 곳으로 돌아온다.  파주골순두부에서 푸짐한 순두부 백반을 먹고 귀가. 주인이 맛대맛 프로에 나가 이겼다고 자랑을 하는데, 하긴 음식맛도 좋고 인심까지 푸짐하다.


  산행 내내 사람 보기가 어려운 한적하고 조용한 산. 등로를 잘못 들어 고생하고 갑자기 출현한 멧돼지에 놀라고, 민가로 들어가 기분 잡치고. 그래도 오랜만의 산행이 즐거웠고 순두부 맛이 좋았다. 이제 숲도 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아는지 조금씩 생기를 머금고 싱그럽다. 이제는 봄을 기다리며 하는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