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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이 따로 있나 - 하오현에서 광덕고개까지(한북정맥)

카페인1112 2006. 5. 3. 21:36

선경이 따로 있나, 산상화원에서의 하루

 

* 산행지: 하오현에서 광덕고개까지(한북정맥 구간, 회목봉과 광덕산)
* 산행일: 2006년 5월 1일(토), 맑았으나 약간 황사
* 산행경로 및 시간

    하오고개(13:00) ~ 헬기장(13:12) ~ 930m봉(13:42~14:00 꽃구경)~회목봉(14:24)~1023봉 남쪽 갈림길(14:40, 중식후 15시 출발)~890m봉 헬기장(15:20) ~ 회목현(15:20, 10분 휴식) ~ 990봉 헬기장(15:50, 상해봉 갈림길) ~ 광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16:10)~광덕산 정상(16:16, 5분 휴식) ~ 잣나무 조림지(16:50)~ 광덕고개 절개지(17:00) ~ 광덕고개(17:05)

    <총 산행시간 4시간10분, 식사 및 휴식 1시간 포함>

* 교통

   승용차를 광덕고개에 주차하고, 광덕고개에서 하오터널까지 택시 이용(3만원)

   외곽순환도로에서 퇴계원IC~47번 도로(이동 지나 광덕고개)


 

  지난 3월 수피령에서 광덕산까지 계획으로 산행에 나섰다가 너무 두텁게 쌓인 눈 때문에 고전하다가 중도에 하오고개에서 하산한 적이 있어 남은 구간을 마저 마치기 위해 홀로산행 출발. 광덕고개로 향하는 47번 도로는 황사로 시계는 아주 불량하다. 그래도 산들의 연둣빛 신록은 한폭의 수채화마냥 봄빛이 눈부시게 밝고 고왔다. 그 고운 신록을 보면서 조지 윈스턴의 '겨울에서 봄으로'를 듣는다. 오래 전 지방에서 혼자 근무하며 외로웠던 때 많이 들었던 곡, 그 외로움은 그리움이 되어 흘렀는데 지금 또 다시 그 음악이 가슴을 치는 것은 왜일까?  외로움과 그리움은 함께 오는 것, 마음에 그 감정들이 요동을 친다.


  이동에 도착하여  하오터널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니 대중교통은 불가능하고 히치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다. 광덕고개에 차를 주차한 다음 택시로 갈아타고 하오터널로 향했다. 11시가 조금 지나 하오터널 도착, 터널 통과하기 전에 우측 가파른 숲으로 표지기가 보이길래 무심코 그 표지기를 따른다. 종아리가 땡길 정도로 급한 경사지를 올라 지능선에 도착했으나 하오고개 방향의 임도는 전혀 가늠할 수가 없고, 도중 좌측으로 빠지는 길이 나올 걸로 기대하고 계속 능선을 타고 올라가니 점점 더 내가 가야 할 방향과 거리가 멀어지기만 한다. 복주산으로 가는 등로일까, 계속 진행하면  너무 돌아갈 것 같아 30분 넘게 올라온 길을 포기하고 다시 하오터널 쪽으로 하산.


  터널로 다시 돌아와서 전에 하산했던 하오고개로 가는 임도를 찾았으나 도저히 찾을 수 없다. 한참 헤매다가 지난 번 하산했던 터널 반대 방향으로 오르기로 결심하고 1,500m가 넘는 탁한 터널을 통과하여 임도로 들어선다. 경사가 급한 임도로 올라서면서 벌써 다리가 아플 지경이다. 가뜩이나 심난한데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런데 임도 주변에 하나 둘 나타나는 아생화들, 산 사면을 붉게 물들인 얼레지, 산괴불주머니, 현호색, 각종 제비꽃, 양지꽃 등 들꽃들의 화려한 향연이 펼쳐지면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들꽃들의 향연 - 꿩의 바람꽃, 노랑제비꽃, 노루귀, 청노루기, 처녀치마>

 

 

 

 

 

 


  12시40분이 되어 하오고개(해발 750m) 도착, 하오터널 도착한 후 거의 1시간 반 이상 걸려 산행 들머리에 도착한다. 고개에 걸터 앉아 쉬다가 오후 1시, 고개 우측 표지기가 몇 개 붙어있는 폐타이어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올라서니 군 시설물이 있고 조금 더 진행하니 우측 산 사면에 날아갈 듯 꽃잎을 위로 치켜올린 ‘바람난 여인’ 얼레지와 처음 보는 순백의 청초한 꿩의 바람꽃이 산 사면을 온통 수 놓고 있다. 게다 한겨울 눈 속에 꽃이 핀다는 복수초까지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으니 이런 것을 황홀경이라고 할까. 들꽃들의 향연에 갈 길을 잊고 한참 꽃구경에 몰두한다. 그런데 이 것은 앞으로 펼쳐지는 꿈같은 산상화원의 서막일 뿐 이 아름다운 시절인연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두 개의 헬기장을 지나니 다시 얼레지와 흰 노루귀가 온통 산 기슭을 가득 채우고 등로 주변엔 진노랑 노랑제비꽃이 화려하기만 하다. 꽃구경을 하며 산길을 가려니 꿩 두 마리가 등로를 아장아장 앞서 걷다 휙 날아가 버린다. 등로 옆에는 얼레지와 노루귀, 꿩의 바람꽃, 노랑제비꽃에 양지꽃까지 꽃들의 향연이 발목을 잡고 시간은 자꾸만 지연된다. 930m봉을 지나니 처녀치마 군락지 그리고 귀하다는 청노루귀까지 연이어 나타난다.

  이 아름다운 길, 마음은 한 없이 평온하고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이 아름다운 화원과 정취를 같이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당신과 함께 이 행복한 산길을 다시 걷고 싶답니다.

 

<얼레지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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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구경에 정신이 팔려 발걸음은 계속 지연되고 2시가 조금 지나 벙커가 있는 1025m봉을 지나니 곧 회목봉(1026.6m)dlek. 회목봉은 삼각점이 있을 뿐 봉우리라기보다 능선상의 한 지점 같다. 이어 1023m봉으로 향하는 등로 주변에는 제법 키가 큰 진달래 나무가 등로를 옹위하듯 좌우로 버티고 있다. 남녘에는 이미 진달래가 지기 시작했을텐데 이곳은 아직 초봄인듯 아직 몽오리만 내밀고 있고 주변 굵은 참나무들은 아직도 겨울 잠을 자고 있는지 새순을 내밀지 못한 채 겨울나무처럼 고적하기만 하다.


  이윽고 앞에 1,023봉으로 보이는 높다란 암봉이 나타나고 좌측으로 우회해서 진행. 안부 우측은 1023봉이고 좌측은 감투봉 방향이란다. 멀리 광덕산 관측소 건물이 황사 탓일가 흐릿하게 보인다. 아래로 직진해 내려가면 회목현 방향이다. 안부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회목현을 향해 출발. 급경사 로프지대를 지나 전망이 좋은 890m봉(헬기장)에 오르고 헬기장을 지나 내리막길을 가다 보니 이젠 얼레지와 바람꽃이 온 사면에 넓게 환상적인 꿈의 산상화원으로 펼쳐져 넋을 잃게 만든다. 지연되는 발걸음을 재촉해  3시20분 회목현 도착


  회목현에서 좌측은 광덕동으로 내려 가는 임도, 우측 길은 잠곡저수지로 가는 길. 광덕산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된다. 광덕산까지는 2,7Km(상해봉 입구 1.2Km). 회목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10분이 채 안되어 우측으로 산길이 보인다. 여전히 주변은 온통 얼레지와 꿩의 바람꽃 천지, 온 사면을 야생화들이 붉고 노랗고 희게 물들이고 있어 정말 몸과 마음 모두 화려한 호사를 한다. 오늘 산행 중 처음 만난 중년 부부에게 인사를 하니 이런 절경은 처음 보았다며 꽃 이름을 묻는다. 몇가지 이름을 알려 주니 어떻게 그렇게 꽃이름을 잘 알고 있냐며 존경스런 눈초리를 보내는데, 아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3시50분 990m봉 헬기장에 도착, 헬기장까지 산길을 통해 가는 길은 온통 얼레지 군락지, 온 산이 붉은 꽃으로 화려하다.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가면 경관이 수려하고 주변 조망이 최고인 상해봉으로 가는 길, 수려한 암봉이 좌측으로 솟아 있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광덕산 방향 왼쪽길로 향한다. 다시 임도를 따라 20분 정도 가니 기상레이더 관측소, 광덕산 정상까지는 0.4km 남았다. 관측소 앞 길을 따라 5분쯤 갔을까 광덕산 정상 팻말이 있는 정상에 도착. 정상(1,046m)은 북쪽으로만 조금 전망이 있을 뿐이고 높이에 비해 조망이 빈약하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과 한 개 먹고 이제는 하산길.

 

<상해봉>

 

 


  정상에서 막 내려서자마자 갈림길, 직진하면 박달봉으로 가게 되고 좌측길이 광덕고개로 가는 정맥길이다. 참나무 숲길이 제법 경사가 급하고 군데군데 제법 수려한 암릉지대까지 나타난다. 좌측으로 급경사길을 내려오니 다시 마지막 얼레지와 노루귀의 향연 그리고 잣나무 조림지. 5시가 다 되어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 잣나무 숲길로 가면 광덕가든 방향이다. 난 광덕고개로 가기 위해 직진, 그러나 광덕고개 방향의 등로는 희미하고 급경사 미끄러운 길이다. 두릅나무가 조금 있으나 아직 잎이 나오지 않았고 몽오리만 맺고 있다. 통방산 두릅은 이미 다 폈는데 여긴 아직 멀었다. 솔잎이 잔뜩 쌓여 미끄럽고 가파른 길을 내려오니 절개지이고 광덕고개 아래 도로에 내려선다. 광덕고개까지 5분 정도 걸어 도착, 귀로에 오른다.

  산상화원의 선경에 취해 하루가 행복했고 그리움으로 영원히 기억될 만한 날,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그리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