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 연인산 (
먹으로 그린 산수화
비 오는 날의 연인산은 거대한 수묵화였다. 짙은 운무로 뒤덮여 흑백의 빛깔로 다가왔다. 집을 나서는 아침, 날이 약간 흐려 오히려 덥지 않아 산행에는 좋을 것 같은 날씨. 그런데 웬걸 북으로 올라 갈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 가까운 산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애초 계획했던 국망봉을 포기하고 연인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인산은 봄철 진달래 산행을 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빠른 개화로 타임을 놓쳐 가보지 못했던 산. 연인산은 원래 이름이 우목봉으로 99년 가평군에서 새로운 이름을 공모하여 연인산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정상에서는 화악산, 명지산, 귀목봉, 운악산 등 전망이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흐린 날씨로 웅장한 산세의 조망을 기대하기는 글렀다.
47번 국도를 달리다 이동 못 미쳐 가평 방향으로 우회전, 운악산 입구를 지나게 되고 현리에 닿는다. 현리에서 마일리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7Km정도 달리면 연인산 등산로 입구인 마일리에 닿는다. 버스 종점을 지나 5분 정도 운행하면 간이 주차장이 보이고 주변 계곡 쪽으로 음식점 몇 군데가 있다.
가까이서 보는 연인산은 짙은 안개에 쌓여 산의 모습을 전혀 볼 수 가 없다. 마일리에서 연인골을 거쳐 우정능선을 타고 정산에 오른 후 하산시에는 연인능선을 타고 내려올 계획을 잡고 산행을 시작했다.
우정고개까지는 돌밭길을 40분 이상 걸어야 한다. 등로 양 옆에는 숲이 무성하고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하다. 비가 와서인지 등산객들이 별로 없고 연인산 명성과는 달리 호젓한 산행이다. 계속 돌길이지만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어렵지않게 우정고개에 도착한다.
우정고개에서 왼쪽 임도 길로 들어서니 계속 평탄한 내리막길로 자꾸 아래방향으로 내려 가게 되고 등산객도 전혀 없다.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일단 가 보기로 한다. 도중 큰 산뽕나무에 오디 열매가 잔뜩 달려 있다. 몇 개 따서 입에 넣어 보니 달콤한 맛, 나무 밑에는 오가는 등산객들의 손을 제법 탓는지 나무 밑이 발자국이 가득하다. 좌우로는 100년 된 잣나무 숲이 빽빽하다. 무려 30분을 산행하고 나니 갈림길, 표지판을 보니 좌측 작은 소로길로 들어가면 연인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가는 길, 직진하면 용추휴양소로 빠지는 길, 우정능선을 탄다는 것이 하산로로 계획했던 연인능선 방향으로 온 것.
그대로 연인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르기로 하고 숲길로 들어 섰더니 비에 젖어 축 늘어진 수풀들이 등로를 막아 진행하기 만만치 않다. 금새 바지가 흠뻑 젖어 버린다. 정상에 오르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하산하기로 결정, 오던 길로 되돌아선다.
다시 우정고개로 와서 보니 좌측 산길로 우정능선 가는 표지판이 있다. 비가 오고 안개가 심해 표지판을 못 보고 엉뚱한 길로 들어선 것. 요란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하산, 다시 마일리에 도착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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