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5악 중 하나인 감악산
산행지: 감악산(675m)
산행일: 2003년 7월 20일(일) 맑음
일요일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감악산으로 향하는 중랑천 변에는 철 이른 코스모스와 달맞이꽃이 잔뜩 피어 있다. 세월이 하수상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상 기온 때문인지 꽃도 제 계절을 자꾸 잊고 산다. 달맞이꽃은 밤에만 피는 줄 알았는데 노란 꽃들이 만발해 있다. 어릴 쩍 어느 산사의 달빛 아래 하얗게 빛나던 달맞이 꽃들의 모습과 그때의 기억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 때 조금은 순수했던 시절 내가 고민하고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젠 그 모든 것들이 치졸한 관념의 유희나 사치스런 감상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
산세가 수려한 감악산(675m)은 경기5악(송악.화악.운악.관악.감악) 중 북악에 속하는 산, 바위 사이로 검은 빛과 푸른 빛이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하여 감악 즉 감색 바위산 이라 일컬어 진다고 한다. 옛날 구월산 청석골을 거점으로 활약하던 임꺽정의 중간 거점이기도 했다고 하는데 지난한 삶을 살았던 그들의 흔적들이 조금은 남아 있을까.
의정부와 덕정을 지나 법원리 방향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적성 방향으로 가다
감악산은 정상까지 갔다가 장군봉을 거쳐 신암리로 하산하는 코스, 혹은 까치봉으로 올라가 정상을 거쳐 범륜사로 하산하는 코스 등 몇 가지가 있으나 오늘은 가벼운 산행을 하기로 하고 가장 짧은 코스인 범륜사 입구에서 감악약수터를 거쳐 정상까지 갔다가 바로 하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산행을 시작한지 20여분 만에 범륜사 도착, 텃밭에 노오란 쑥갓 꽃이 탐스럽다. 감악산 산행은 약수터까지는 계속 계곡을 끼고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을 하게 되어 마음이 싱그럽다. 어제까지의 폭우 때문인지 계곡에는 수량이 많고 물 소리가 요란하다. 숲은 온통 습기를 머금고 있어 밖의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시원한 기운이 가득하다. 등산로도 축축하게 젖어 있다.
계곡을 따라 잠시 산행으로 숯가마 터 도착(
등산로는 계속 굵은 돌길로 걷기가 불편하고 축축하게 젖어 미끄러웠다. 바로 앞에 15명 정도의 중년 남녀로 구성된 등산객들이 기묘한 모양의 버섯을 뽑아 들고 질펀한 농담들을 하며 숲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린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다. 모처럼의 바쁜 일상에서의 일탈 때문인가, 아니면 그 연령대의 경솔함인가.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충실하려 했던 자신의 모습은 이제 어디로 갔는가. 일상의 흐름 속에 그런 이성도 순수함도 지나는 시간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지난 날이 자꾸 그리워지는 걸까?
정상에는 넓은 헬기장과 함께 군부대 초소가 있고, 설인귀봉675m 표지판과 반대편에 몰자비(글자가 다 마모되어 없다고 해서), 빗돌대왕비, 설인귀사적비, 진흥왕순수비 등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불리 우는 감악산비가 석대 위에 우뚝 서있다. 이 고비는 감악산 지역에서 태어난(실제 역사와 상관없이) 설인귀가 산신으로 봉해져 해마다 제향(祭享)되어 왔다고 하여 설인귀 사적비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고비의 양식이나 외형이 북한산 순수비와 비슷하고 삼국시대의 전력적 요충지인 적성지역의 위치를 감안하여 진흥왕순수비로 추정한다고 한다. 비의 규모는 높이 170cm, 폭 70-79cm, 두께 19cm이며 석재는 화강석.
맑은 날에는 북한산과 휴전선 넘어 멀리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인다는데 날씨가 흐려서 전혀 볼 수 가 없고, 잠자리 떼만 온통 하늘을 덮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만치 절벽바위 위에 성모상이 북쪽을 바라보고 우뚝 서 있다. 평화의 염원일까, 아니면 통일을 바라는 마음일까.
잠시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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