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 여행 이틀째 - 온천탕과 일본인들의 친절함에 대해
아침 일찍 잠이 깨어 1층에 있는 온천탕으로 내려 간다. 기대와는 달리 노천탕은 야외에 욕조 하나 달랑 있는 정도로 운치 있는 노천탕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시원하게 야외에서 온천하는 기분도 그럴 듯하다.
다른 온천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사칸료칸의 대중탕(4개 층이 있는데 남녀 각 2개층씩 사용한다)은 매일 남녀가 사용하는 층이 바뀐다. 그래서 가끔 실수로 여탕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생긴다고. 층을 바꾸는 이유로 음양의 이치 내지 서로 기를 받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가이드는 내부 시설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보다 남녀가 서로 이용한 곳을 바꾸는 야릇한 기분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탕에 아주머니 한 분이 근무하는데 홀딱 벗은 남자들 틈에서 타올 나르랴 연세 많으신 노인 손 잡고 이동하는데 도와 주랴 바쁘다. 일본의 목욕 문화가 우리와 차이가 있어서인지 조금도 어색해 하지 않는다. 시아버지 목욕하는데 며느리가 들어와 등을 밀어주고 혼탕도 자연스러운 것이 과거 일본의 목욕 문화일 테니 어색해 하는 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혼탕 얘기를 많이 듣는다. 오래 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일행 중 하나가 혼탕에 관심이 많아 가고 싶어했는데, 재일교포인 가이드 말하기를 “고등학교 때 혼탕에 한 번 갔는데 할머니들만 몇 분 있고 3시간을 기다려도 젊은 여자는 없어 몸만 팅팅 불었다”고. 그 얘기를 듣고 그 친구는 혼탕을 포기했다. 그 이후 다시 일본에 갔을 때 들은 얘기. 혼탕은 남자들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지 서울에서 온 어느 여 관광객들이 단체 관광을 와 혼탕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해 할 수 없이 갔다나. 가서 모두 옷을 벗고 들어 갔는데 홀닥 벗은 남자를 본 일행 중 하나가 기겁해서 도망치는 바람에 모두 목욕비만 내고 목욕은 못하고 나왔다고.
"용감 하려면 끝까지 용감해야지요 팬들 생각해서"
<산책길에서 이놈이 튀어나와 놀랬...>
몸에 배인 친절과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다. 그 이유를 근세까지 무장들이 지배하는 막부체제가 이어지면서 칼 찬 사무라이 앞에 굽실거릴 수 밖에 없었던 일본의 역사적 배경이나 일본인들의 특성인 혼네와 다테마에 차이로 말하기도 한다. 설사 겉과 속이 다르더라도 최선을 다해 친절함을 보이는 그 자세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환한 미소와 친절함, 고객에 대한 배려는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에서 나온다. 일본에 올 때마다 느끼는 몸에 배인 친절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우리도 꼭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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